[칼럼] 새누리당 공천이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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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누리당 공천이 수상하다
  • 이병익 기자
  • 승인 2016.03.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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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정치평론가이자 칼럼리스트)

▲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20대 총선 공천 결과 발표를 두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등 공천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 데일리중앙
19대 국회의 무능함과 무책임한 정치행태에 국민들의 공분이 끓어올라 20대 총선에서는 대거 물갈이를 요구해온 민심이 있었다. 국회를 공전시키고 법안통과를 둘러싼 지루한 힘겨루기와 협상력부재가 맞물려 국민경제에 미치는 시급한 입법을 제 때에 심의하지 못하고 당파적 주장만 계속하더니 급기야 국회파행의 위기에 몰아넣기도 했다. 선거구획정도 막판초읽기까지 끌고가서 겨우 표결로 의결하기도 했다.

테러방지법의 표결에 앞서 야당의원들의 필리버스터는 압권이었다. 여, 야 지도부의 정치력 실종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행정부와 국회가 대립하기도 했고 행정부와 여당의 관계도 불협화음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런 국회를 바라보던 국민들은 20대 국회에서 이들을 심판하고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모든 19대 국회의원의 물갈이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리될 일은 없다고 체념을 하면서도 대폭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지금 여, 야는 공천심사중이다. 이래서 미루고 저래서 미루다가 후보등록일 전까지 끌고 갈 심산인 것 같다. 물갈이에 대한 국민의 눈치는 봐야겠고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해서 현역의원들을 당선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구제해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현역의원 컷오프를 시작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를 보면 현역의원의 20%를 우선 컷오프 시킨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진행 중에 있다. 공천 배제된 의원들의 재심신청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과감한 물갈이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를 보면 현역의원을 탈락시키는 일에 매우 소극적이고 오히려 감싸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겨우 대여섯 명을 공천 배제시키고 거의 모든 현역의원을 단수추천, 우선추천으로 하고 또 경선에 포함시키고 있다. 당 지지율보다 떨어지는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공천배제 시키겠다고 큰 소리 칠 때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공천이 진행되고 있다. 공천관리위원장은 소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론을 보면 친박과 비박을 교묘히 배분하는 현역 나눠먹기 공천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역대 후보교체율이 30%를 넘었는데 지금의 공천진행상황으로 보면 현역의원들은 거의 다 살려줄듯 한 분위기다.

더민주의 공천은 나름대로 원칙이 있어 보인다. 물의를 일으킨 의원이나 비리혐의가 있는 의원들은 상당수 탈락시켰고 과거 민주당을 좌지우지했던 친노 강경세력을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이는데 새누리당은 공천배제원칙이 무엇인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공천배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지도 않는다. 비박계의 반발이 삼하니까 일부는 살려주고 친박 의원들을 끼워 넣는 식의 공천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필자가 김무성 대표의 경선원칙에 반대하는 이유는 현역의원들의 재진입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전략공천이 이루어 져야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지만 전략공천 대상자가 그에 부합하는 인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20대 국회 재진입을 50%이내로 줄여야 국회의 기능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국민들은 과감한 현역물갈이를 요구하는데 여, 야는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 계속될 공천과정을 지켜보겠지만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겠다는 얄팍한 속셈을 가진 의원들을 추려내야 할 것이다. 3선 이상 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더욱 냉혹한 잣대를 들이대서 검증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선수만 쌓아서 국민들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엄한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법안을 제출하기를 게을리 하거나 남의 입법에 자신의 이름 석 자만 올리고 편승해가려는 입법기관은 필요치 않다. 계파이익만 쫓는 의원들도 꼴 보기 싫고 막말이나 품위 없는 행동으로 지탄을 받았던 인물을 재공천하는 일도 없기를 바란다.

국회로 진출해서 좋은 선량이 되고자 하는 정치예비생들이 널려 있다. 기회를 주는 폭을 넓혀야 한다. 자신이 공천에 배제되었다고 경거망동하는 일도 우스운 일이다. 공천심사위원회는 국민의 지지도가 떨어지는 현역의원들을 1차로 솎아내고 비록 현재는 현역의원들에 비해서 인지도나 지지도가 떨어지지만 가능성 있는 후보들을 발탁하는 일을 해야 한다. 4년 내내 선거운동을 해왔던 현역의원들의 프리미엄을 감안해서 정치신인들에게 더 많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의 새누리당의 공천진행과정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진행방식이 오히려 개혁적으로 보인다. 혹여 새누리당이 압승을 자신하고 공천개혁에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과감한 현역의원 컷오프방식을 통해서 개혁공천을 단행하기를 바란다. 필자가 보기에는 공관위가 현역의원 40%를 바꾼다고 해도 새누리당은 훨씬 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꼬리표를 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새로 당선되는 20대 국회의원들은 박근혜 정부와 코드를 맞춰서 함께 가야하기 때문에 계파의 구분은 필요치 않다. 이한구 공천관리 위원장의 발 빠른 행보를 기대한다.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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