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선거구 획정 논의는 어렵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의원 정수는 300인으로 정해져 있으니 현재로서는 누구도 증원을 말할 수 없는 형편이고 헌법이 정한 인구편차 2:1은 지켜야 하고 농촌인구 수의 감소로 농촌지역의 통폐합이 예상되고 있어 농촌지역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었을 것이라는 것도 이해 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를 절대 줄일 수 없다고 하고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줄여서 농어촌을 배려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으니 정치권의 고민도 클 것으로 본다.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이런 난제를 국회에 던졌으니 국회는 무슨 수를 써서라고 해결을 해야 할 입장이다. 양 당이 타협 없이 팽팽한 주장을 한다면 19대 국회 선거구대로 할 수 밖에 없는 것인데 위헌을 감수하고라도 그대로 갈 것인지 각 당은 심사숙고를 해야 할 것이다.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어떠한 방식도 수용될 수 없다. 의원정수를 늘려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면 양 당은 엄청난 회오리에 휩싸일 것이다.
국회에 던져진 선거구 획정안에 대하여 여, 야는 대승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왕 늦춰진 획정안이라면 지금부터 원점에서 여, 야가 머리를 맞대고 빠른 시일 내에 차선책이라도 도출해야 할 것이다. 현행 2대 1의 인구편차를 2.5대 1로 바꾸는 법안을 통과시켜 농어촌의 의석수를 보존해준다든지 지역구가 늘어난 만큼 비례대표를 줄인다든지 하는 현실적인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인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도 최후에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그 방법은 독약이 되어 여, 야 모두에게 정치 불신만 키워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문제는 여, 야가 얼마나 심도 있게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선거구 획정 안을 결정짓는데 있다. 지금처럼 여, 야가 대리인을 통한 선거구 획정위원을 구성하는 방법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가 없다고 본다. 국회의원 여야 2명에 정치적인 배경이 없는 순수민간전문인 5인정도로 구성하여 정치적인 고려 없이 인구를 중심으로 의원정수를 확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본다. 국회의원은 땅의 넒이로 국회의원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인구수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
농어촌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교통과 생활권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지역구를 전면 개편하여 상식적인 선거구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비례대표는 철저하게 전문가 집단으로 이루어 져야하고 각 당의 논공행상의 전리품으로 치부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비례대표가 더 많이 필요하다면 지역구 의석을 줄여야 맞는 것이고 지역구를 늘리려면 비례대표를 줄여야 하는 것이 합당한 이치이다. 지역구는 늘리고 비례대표는 줄일 생각이 없다면 국민들에게 욕먹을 각오를 하고 의석수를 늘리면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겠다면 국회의원의 세비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든지 보좌진을 줄여서라도 국고를 절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든지 한다면 국민들도 이해해 줄지도 모를 일이다. 의원들의 기득권은 지키겠다고 하고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어느 국민이 박수를 보내줄 것인가?
선거구 획정방안은 여, 야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출발점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선거구가 늘어나는 만큼의 지역구를 폐지하는 것은 선거법상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농어촌의 특수성을 감안하고 대도시의 지역구를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1차적으로는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이 정답이고 비례대표를 일부 줄인다고 하면 현행 300인 정수에 몇 석 정도 추가한다고 국민들을 설득해서 국회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성의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우선임을 잊지 말도록 하자.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