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완구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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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완구를 위한 변명
  • 이병익 기자
  • 승인 2015.04.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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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정치평론가 겸 칼럼리스트)

▲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이완구 국무총리. 박근혜 대통령은 조만간 이 총리의 사표를 수리할 걸로 알려졌다.
ⓒ 데일리중앙
오늘로 이완구 총리가 관저를 떠날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이완구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여론의 질타에 많이 시달렸고 결정적인 위법사항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오락가락 변명으로 국민들의 정서법을 위반한 죄목이 크다. 성완종 회장의 죽음으로 세상에 드러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완구 총리의 과거 3000만원 수수가 폭로되었다.

이완구 총리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개소식 행사장에서 3000만원이 들어있는 모 약품회사의 박스를 주었다는 것이다. 준 사람의 증언과 받은 사람의 확인이 분명하면 주고받은 것이 인정되는 것이나 받은 사람이 부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고인이 된 성완종 회장은 메모지에 주었다고 표기했고 ‘이완구 총리는 받은 기억이 없다’ 라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당시 이완구 후보 측에서는 당일 행사장에서 성완종 회장을 본 적이 없다고 말을 했으나 이 후보의 운전기사는 성완종 회장이 이 후보와 독대를 하고 갔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완구 총리는 기억력이 좋고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의 방문이 기억이 없다고 하고 당시에 참석했던 사람들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혹시 이완구 총리가 기억력이 떨어진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을 해본다. 혈액암으로 투병하면서 항암치료와 약물복용으로 기억력의 감퇴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하는 추측도 해 보게 된다.

또 성완종 회장과의 친분이 있을 것이라는 전화통화 횟수도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이 들고 다니던 폰이었는지 비서가 들고 다니던 폰이었는지도 확인해 봐야하고 통화시간이 얼마나 긴 지도 확인 해볼 필요가 있다. 10초정도의 통화가 기록되어 있다면 통화한 사실이 없을 수 있다. 한 쪽에서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하고 한 쪽에서는 안 받거나 비서가 부재중이라고 말을 했다면 통화시간이 결코 길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통화기록내용을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성완종 회장은 2012년 선진통일당 소속으로 19대 국회의원이 되고 새누리당과 합당으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이 된다. 이완구 총리는 15대 신한국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문하여 16대 자유민주연합 소속으로 재선을 하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한나라당 공천으로 충청남도지사를 역임했다. 2013년 새누리당 소속으로 보궐선거에 출마하여 19대 국회의원이 된다. 이완구 총리가 보궐선거에 임하던 시점은 고 성완종 회장이 19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이다.

현역 국회의원인 성완종이 후보자인 이완구를 방문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충남지역의 모든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이 격려차원에서 이완구 후보의 개소식에 참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완구 총리가 성완종 후보와 국회의원으로서 친분을 유지했다면 보궐선거 당선 이후에 19대 동료 국회의원으로서 가능했을 것이고, 그 전에 친분관계가 있었다면 이완구 도지사 시절에 지역 건설사 대표인 성완종과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완구 총리가 15대, 16대 국회의원 시절에 성완종 회장을 잘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19대 국회의원시절에 성완종 회장은 선거법 유죄로 의원직을 박탈당한다. 3선의원인 이완구와 초선이면서 의원직을 박탈당한 성완종은 국회의원의 경력으로만 봐도 중량감이 다른 신분일 수밖에 없다. 이완구 총리가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저의에는 이런 점이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또 두 사람의 성격으로 보아 결코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아닐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국무총리가 되기 전에는 충청권의 맹주를 자신하던 이완구와 성완종은 확실히 급이 다른 사람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두 사람이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서로 충청지역의 의원으로서 협조적인 시절이 있었더라도 성격상 서로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완구는 기업인 출신 성완종을 경계했을 수도 있다. 돈으로 정치계를 움직이는 속물로 치부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충청포럼의 실력자인 성완종과 충청포럼에 가입하지 않은 이완구를 보면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온다.

어렵고 힘든 시절을 맞은 성완종이 잘 나가는 이완구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수도 있다. 과거의 연을 생각해서 자신에게 조여오는 검찰수사를 막아달라는 부탁을 했을 수도 있다. 검찰의 수사가 이완구 총리의 부패척결 의지와 맞물려 이완구 총리가 자신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배신감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완구 총리가 자신만만하게 진행하던 부패척결의 의지가 부메랑이 되어 날아 올 것을 이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오해는 풀어져야 할 시점이다. 이완구가 표적사정을 했느냐 혹은 검찰의 오랜 내사로 성완종의 비리가 밝혀졌느냐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또 3000만원 수수가 이완구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은밀하게 이루어졌느냐를 밝혀내야 한다. 부패척결의 과업은 검찰의 오래 내사로 진행 중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포스코와 SK그룹이 내사 중에 있었고 그 외 대기업도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완구 국무총리의 과욕으로 총리가 부패척결 발표 후에 성완종의 비리가 불거져 나오게 되고 성완종의 구명로비가 시작된 것이다.

이완구 총리가 퇴임을 하고나면 검찰에서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완구의 기억을 돌이키고 실제적 진실을 찾아서 성완종 리스트의 질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정치자금법을 위반했으면 법대로 처벌하기를 바란다. 정치판이 깨끗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병익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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