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혹한기에 전기 끊겠다 엄포... 주민들 철야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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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혹한기에 전기 끊겠다 엄포... 주민들 철야 농성
  • 주영은 기자
  • 승인 2014.12.30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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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반대 농성장 단전 통보... 주민들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

▲ 한전이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철탑 앞 송전 반대 주민 농성장에 전기 공급 중단을 통보한 가운데 40여 명의 주민들이 화톳불을 피운 채 철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밀양대책위)
ⓒ 데일리중앙
한전이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농성장에 공급하던 전기를 끊겠다고 나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30일 밀양대책위에 따르면, 한전 쪽 현장 소장이 지난 29일 "주민들이 계속 철탑 앞 펜스를 흔들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전기를 끊어야겠다"고 말한 뒤 단전을 통보해왔다고 한다.

실제 한전 남부건설처 밀양건설실은 30일 오후 1시부터 농성장에 공급되는 전기를 끊겠다고 밀양대책위에 통보했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철탑 농성장에는 현재 40여 명의 주민들이 닷새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전 쪽은 이날 오전 전기 공급 중단 알림 공문을 통해 "화재 및 누전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오후 1시 이후 전기 공급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책위 쪽에서는 계량기에 측정된 사용량 만큼 요금을 내겠으니 전기 공급 중단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전 쪽은 요지부동이다.

한전은 경찰력을 동원해서라도 전기를 끊고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는 어르신들을 끌어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한전 남부건설처 밀양건설실은 30일 밀양대책위에 공문을 보내 이날 오후 1시부터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철탑 송전 반대 주민 농성장에 전기를 끊겠다고 통보했다.
ⓒ 데일리중앙
한전 남부건설처 밀양건설실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기어이 전기를 끊겠다는 거냐'는 질문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대신 "경찰과 밀양시청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는 상식 이하의 답변을 했다. 주민들이 계속 저항하면 경찰을 동원해 전기를 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주민들은 "이런 비열한 처사가 어디 있느냐, 시험송전한다면서 변전소에서 원전으로 역송전하면서 전기 버리는 것은 안 아깝고 노인들 전기 장판에 몸 녹이는 전기를 끊겠다는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며 한전 컨테이너에 설치된 단자함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단자함 앞에서 화톳불을 피워 몸을 녹여가며 시험 송전 반대 철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한전 쪽은 밀양대책위에 새해 1월 6일 주민들의 요구안을 다룰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이번 일로 대화의 진성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밀양대책위는 한전을 향해 "혹한기 노인들의 농성장에 전기도 끊겠다는 한전의 행태를 엄중히 규탄한다"며 주민 앞에 당장 사과하고 단전 방침을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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