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 대통령의 눈물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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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 대통령의 눈물이 어때서?
  • 이병익 기자
  • 승인 2014.05.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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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칼럼리스트 겸 정치평론가)

▲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며 국민께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대통령은 담화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진=청와대)
ⓒ 데일리중앙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의 영웅을 일일이 호명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 눈물은 진정성이 배어있어 저절로 흘러나온 눈물이었음을 믿는다. 억지로 짜낸 눈물로 본 사람들은 눈물을 흘려보지 못한 사람이거나 의도적인 가식의 눈물이라고 비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눈물에는 종류가 많다. 슬퍼서 펑펑쏟는 눈물이 있고 감추려고 억지로 노력을 하는데도 찔끔질끔 나오는 눈물이 있다. 너무 즐거워서 웃다가 흘리는 눈물도 있고 감동을 받고 잔잔하게 흘리는 눈물도 있다.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 있다가 눈 한번 껌뻑이면 굴러 떨어지는 서러움의 눈물도 있다.

선천적으로 눈물이 없는 사람도 많다. 아무리 슬픈 일이 닥쳐도 도대체 눈물이 나오지 않는 독한 사람도 있다. 감정이 별로 없어서 희노애락에 무심한 사람들은 눈물자체가 없어 보인다. 대통령도 눈물이 많지 않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혹자는 평생에 흘릴 눈물을 다 흘려서 더 이상 나올 눈물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슬픈 일을 너무 많이 당해서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인생을 살면서 결기를 갖고 강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눈물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평소에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다. 대통령도 눈물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고 보는 세간의 추측들이 맞다고 본다. 세월호 참사 현장을 두 차례나 다녀가고 유족들의 청와대 방문도 받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의 눈물은 볼 수 없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눈물을 마치 의도적으로 연출한 이벤트라고 폄하한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에게 눈물을 흘리도록 강요했다는 말인가? 대통령에게 주변 참모들이 감히 직언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감히 두려워서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한번 못한다고 일침을 가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한번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어느 참모가 대통령에게 감히 눈물을 보이라고 충고를 했다는 말인가?

▲ 이병익 칼럼리스트.
ⓒ 데일리중앙
대통령이 두려워서 직언을 하기 꺼려하는 참모가 있다면 대통령에게 눈물을 보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대국민담화에서 영웅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를 때 대통령의 격한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냥 흘러내린 굵지도 않은 촉촉한 눈물이었음을 보았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손수건도 없었던 것이다.

생사의 기로에서 승객이나 동료, 제자를 구하려다 숭고하게 숨져간 넋에 어찌 감동을 받지 않겠는가? 대통령의 눈물을 보고 숙연해 지는 느낌을 일부 국민만 빼고는 다 느꼈을 것이다. 대통령의 눈물에 진정성을 찾는 사람들은 그 순간에도 대통령을 비난할 구실을 찾는 것 같아서 비정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억울하게 죽어간 넋이나 의롭게 죽어간 넋에 대하여 인간본연의 심성으로 눈물이 나는 것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의 심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필자는 일국의 원수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대해서 바람직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눈물을 보이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는 눈물이 나온다. 정의롭게 살신성인한 영웅들에 대해서 감동의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

대통령도 평범한 하나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뜨거운 눈물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의 눈물은 회한과 감동의 눈물이라는 것을 안다. 대통령의 눈물을 두고 시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더 이상 대통령이 눈물을 보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병익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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