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혁신파의 집단 탈당 및 분당 사태가 가시화하고 있다.
당내 혁신파는 강기갑 대표가 지난 6일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외치며 당의 '발전적 해소'를 선언한 데 이어 7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세 결집에 나섰다.
심상정·유시민·조준호·노회찬·조승수·강동원·서기호·천호선·이정미·김성진·이홍우·권태홍 등 혁신파 주요 인사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칭)'진보적 정권교체와 대중적 진보정당을 위한 혁신추진모임(진보정치혁신모임)'을 갖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정진후·박원석 의원은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심상정 국회의원은 "파국을 향해 거침없이 흐르는 탁류 앞에 우리 모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며 파국을 맞이한 당의 운명을 슬퍼했다.
심 의원은 "우리가 비장한 산고 끝에 통합진보당을 창당한 것은 선거용 가설정당으로 의석을 늘려보겠다는 이유는 아니었다"며 "무엇보다 다른 길을 걸어온 우리가 동의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국민들에게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선명한 민생정당, 그리고 결과로 책임지는 진보적 대중정당을 만들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바로 그 비전을 약속어음 삼아서 지난 4.11총선에서 220만 명의 지지와 13석의 의석을 국민에게서 받았습니다."
심 의원은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약속어음이 부도 직전에 놓여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파국은 대중적진보정당의 길을 끊어내고 우리를 벼랑 끝에 세웠다"면서 "참으로 아프고 부끄럽고 죄송하지만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는 국민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더 이상 이행할 수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사실상 분당(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으로 이룰 수는 없지만 우리가 추구하고자 했던 그 길, 선명한 민생정당, 대중정당의 길은 여전히 중요하고, 또 야권연대를 통해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그 약속에 대해서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지는 길을 가겠다"며 새 정당 건설을 기정 사실화했다.
심 의원은 "혁신하겠다는 약속과 책임은 그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당 안팎의 광범한 세력과 지지자들을 묶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주체들은 "돌부리에 치이고, 아프고 힘들지만 눈물을 머금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조준호 전 공동대표는 "통합진보당은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이루기 위해 만들었던 민주노동당을 이어서 연 진보 정당이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아픔을 달래며 그들의 삶, 그들의 미래를 열고자 만든 진보 정당이다. 그런 정당으로서의 자기 기능을 제대로 못 하는 형국으로 떨어졌다"며 슬퍼했다.
노회찬 의원은 오늘의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더 낮게 임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더 넓게 흘러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파의 눈으로, 패권의 눈으로, 소집단 권력의 눈으로, 엘리트의 눈으로 당을 끌어왔기 때문에 현재의 어려움을 만난 것이라는 것.
노 의원은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창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우리 국민들에게 약속한 그 길로 다시 모였다"며 "좀 더 넘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우여곡절을 겪는 한이 있더라도 끝내 이 길을 떠날 때 약속한 바를 반드시 실현해내겠다"고 약속했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도 창당정신이 실종된 오늘의 사태를 슬퍼하며 안타까워했다. 국민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유 전 대표는 "원래 통합진보당에 합류했을 때의 미안한 마음, 지금 느끼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 이런 것을 그대로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그런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며 "많은 부족함이 있고, 미숙함이 있고, 여러 판단 착오가 있었지만 고개를 돌리시지 말고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져달라"며 진보정치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호소했다.
심상정 의원은 향후 일정과 관련해 "오늘 논의를 출발로 해서 당 안의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당원들을 결집시키고, 당 밖으로는 13일 민주노총의 결정을 계기로 해서 노동과 농민과, 진보적 지식인까지 아우르는 그런 과정을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