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박 의장은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절치부심하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서 당권을 잡고, 이듬해 양산 재보선에 출마해 국회에 재입성, 국회의장까지 한 터라 돈 살포가 사실이라면 이 모든 것들이 헛것이 되는 것이다. 돈으로 매관매직한 꼴이 된다.
최근 1차로 돈봉투 사건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은 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추가로 돈봉투 정황을 공개해 파장을 예고했다.
고 의원은 "돈봉투 의혹 사건에 대해 본 것을 아는대로 말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 이 자리
에 섰다"며 2008년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핵심 내용은 의원실 여직원에게 노란색 봉투가 전당대회 하루 이틀 전에 배달됐다"며 "노란 봉투 속에는 현금 300만원과 함께 특정인 이름 석자가 적힌 조그만 명함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깨끗한 정치 풍토를 위해 거절하고 배달된 노란 봉투를 바로 돌려줬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특히 "배달 온 사람은 노란색 봉투 하나만 들고 온 것이 아니라 쇼핑백을 들고 왔는데 거기에는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온 그 사람은 쇼핑백을 들고 다른 의원실을 돌아다니면서 저한테 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노란 봉투를 돌린 것으로 보인다"며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방위 돈 살포 의혹을 제기했다. 여당 의원 입에서 나온 얘기라 검찰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돈봉투 배달자가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K수석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며 부인했다.
또 돈 봉투를 돌려준 뒤 자신에게 전화를 한 박희태 국회의장 쪽 관계자가 누구냐는 물음에 "이 시점에서 실명을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더 이상 자세한 코멘트는 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고 의원은 이어 야당의 집중 공세를 의식한 듯 "야당이 한나라당에 돌을 던질 자격은 없다"며 "전당대회 돈봉투 문제는 우리 정당사에서 50년 된 나쁜 관행이다. 여야 모두 이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돈봉투 사건은 18대 국회에서 제가 본 처음이고 마지막"이라며 "이번 일이 우리 국민 모두가 바라는 새로눈 정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지난 8일 10박11일 일정으로 일본,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스리랑카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해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