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는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협조를 여야 정치권에 요청한 뒤 당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아구통(아구창)'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대뜸 "내가 모기자와 내기를 했다"고 말했다.
내용인즉슨 이달 안에 한미FTA 비준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그 기자에서 100만원을 주고, 반대의 경우 홍 대표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의 안경을 벗기고 아구통을 날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또한 기자들 앞에서 "한미FTA를 통과시키지 못하면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까지 했다고 한다.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 맹약을 기자들에게 '막말'로 내비친 것이다. '대통령이 말하면 따르겠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는 더 확대해서 해석하면 한나라당을 사유화하겠다는 뜻으로도 여겨져 당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질 전망망이다.
이러한 홍 대표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 공개되자 민주당 등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특히 홍 대표를 '시정잡배'에 빗대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홍준표 대표를 향해 "강행처리할 때가 왔다고 큰 소리 치면서 기자들에게 아구통 날릴 생각일랑 아예 접으시라"고 충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국민이 가장 싫어하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몸싸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속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커다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용섭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어떻게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분의 입에서 시정잡배보다 못한 말이 서슴없이 나올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홍준표 대표는 '아구통'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햇다.
이 대변인은 또한 "기자의 아구통을 날리겠다는 말의 저의에는 야당 의원들을 힘으로 짓밟고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반의회적·반민주적 인식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망언"이라며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는 등의 말장난으로 국민을 우롱한 데 이어, 얼마전 '이대 계집애들' 발언으로 홍 대표는 이미 3진 아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홍준표 대표에게 자신의 발언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대표직에서 즉각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동당도 홍 대표의 발언을 질 낮은 발언으로 규정하고 대국민 사죄를 주장했다.
신창현 부대변인은 이날 내놓은 논평에서 "홍준표 대표는 국민들의 관심사이며 서민들의 절박한 삶의 문제인 FTA를 가지고 장난을 친 점에 대해 사죄하라"고 촉구하고 " 계속 수준 이하의 언행을 할 생각이라면, 여당 대표 그만두고 다른 일 찾아보라"고 질타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온갖 개구신 다 해놓고 문제가 되면 나중에 그거 농담이었어 하면 되는구나 홍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