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당초 해운업계의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한다는 자산관리공사의 선박펀드 사업은 대형 선사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이 자산관리공사가 제출한 국감자료를 29일 분석한 결과, 캠코선박운용 주식회사는 2009년부터 2011년 현재까지 모두 27척의 선박을 인수했다.
27척 인수에 기금출자금액으로는 3억1640억달러가 지불(44%의 기금출자율)됐다. 27척 가운데 흥아해운의 3척 제외한 24척이 대형 선사인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한해운이다.
국민세금인 기금출자금액 투입 내역을 살펴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국민 혈세가 대부분 돈을 잘 번다는 대형 선박회사에 지원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중소형 선사들은 줄도산의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27척 매입에 3억1640만달러의 기금이 투입(기금투입비율 44%)되었는데, 이 가운데 96.2%인 3억440만달러가 대형 선사의 선박 매입에 지원됐다. 중소 선사인 흥아해운의 3척을 인수하는데는 고작 3.8%인 1200만달러만 투입됐다.
구체적으로 한진해운 선박 17척 매입에 1억5920만달러, 현대상선 선박 3척 매입에 6600만달러, 대한해운 선박 4척 매입에 7920만달러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쯤되면 자산관리공사와 대형선사 간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2009년부터 시작된 산업은행의 선박펀드는 지금까지 총 17척을 인수했는데, 이 가운데 중소형 선사(동아탱커, 삼호해운, 폴라리스 쉬핑, 장금마리타임 등) 선박 11척을 인수해 큰 대조를 보였다.산은 선박펀드는 펀드투자와 당행대출을 합쳐 총 5억4800만달러를 선박 인수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억7000만달러를 중소형 선사 선박 인수에 사용해 67.5%의 비율을 보였다.
임영호 의원은 "2009년 6월 캠코선박운용에 대한 매입신청시 매입 기준에 맞지 않는 10척을 제외하고 16개사 62척이 신청됐음에도 현대상선 1척과 한진해운 17척 등 2개 대형선사 18척을 인수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 들어서만 대형 선사인 대한해운을 비롯해 중소형 선사인 삼호해운, 양해해운, 조성해운 등이 법정관리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해운업계의 줄도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진해운 등 특정대형 선사들은 자산관리공사와 손발을 척척 맞춰가면서 최고의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선박펀드는 정부의 구조조정기금이 투입돼 캠코가 추진 중인 공익사업이다. 공익사업이 엉뚱하게 운영되면서 국민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임 의원은 "경제성있는 선박을 인수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대형 선사들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선사들의 선박을 매입하여 경영난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 의원은 "자체적인 자금으로 선박펀드를 운용하는 산은 선박펀드는 대부분 중소형 선사 선박들을 매입했음에도, 구조조정기금으로 선박펀드를 운용하는 캠코선박펀드는 대형 선사 선박만을 매입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캠코가 경제성 운운하는 동안 중소형 선사들은 줄도산의 위기에서 신음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자산관리공사는 2009년 당시 긍융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당시는 외환위기 상황이라재무건정성이 좋은 대형 선박회사들에게 외화대출(기금출자)이 유리한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2009년 선박펀드가 실행될 당시에는 외환 금융 등 외부 환경이 안좋았기 때문에 채권은행들이 중소 선박회사들에게는 신규 대출을 꺼려했다"며 "따라서 그때는 대출 잔액이 없는 대형 선사들이 유리했다"고 밝혔다.
산은 선박펀드가 중소 선사들에게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산업은행은 자기들 채무사(중소 선박회사)를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졌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10년부터 중소 선박사들에 대한 지원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며 "앞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중소 선박회사들이 보다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