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타는 목마름으로'의 시인이자 정치투쟁 사상가였던 김지하의 문학·예술과 생명사상을 집대성한 책이 나왔다.
"그는 횔덜린과 달리 정치투쟁의 일선에서 네 차례나 감옥을 경험하고 죽음의 위험을 통과한 뒤에야 영성과 생명이라는 결정적 화두에 이르렀다. 그 지난한 과정에는 오랜 시간의 가혹한 독방과 치열한 독서와 건곤일척의 사색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염무웅(문학평론가,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김지하시인추모문화제추진위원회가 <김지하를 다시 본다>(펴낸곳 개마서원)를 펴내 세상에 내놓았다.
'김지하를 다시 본다'는 2023년 5월 6~7일 김지하 추모 1주기에 열린 '김지하 추모 학술 심포지엄' 토론 자료를 정리하고 다시 꼭 읽어야 할 김지하의 글을 모아 만든 105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이 책의 1부에는 염무웅, 이부영, 유홍준, 임진택, 임동확, 김사인, 홍용희, 정지창, 채희완, 심광현 등 30여 명이 '김지하의 문학·예술과 생명사상'이라는 큰 주제 아래 ▷'김지하의 문학과 예술, 미학' ▷'김지하의 그림과 글씨' ▷'민주화운동과 김지하' ▷'김지하의 생명사상과 생명운동'으로 나눠 주제 발표와 토론을 한 뒤 정리한 내용과 종합 토론 내용을 정리해 놓았다.
2부에는 '김지하가 남긴 글과 생각-생명의 길·개벽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김지하가 남긴 수많은 글 중에서 꼭 다시 읽어 봐야 할 글을 골라 실었다.
암울한 시대에 수많은 젊은이를 위로하고 힘주었던 글 '양심선언' '나는 무죄이다', 로터스상 수상 연설인 '창조적 통일을 위하여',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 등 현시대의 문제점들을 수십 년 앞서서 말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 '생명의 세계관 확립과 협동적 생존의 확장' '개벽과 생명운동’, 김지하가 자신의 문학에 대해 쓴 '깊이 잠든 이끼의 샘', 김지하가 남긴 생명사상을 살필 수 있는 '생명평화선언' '화엄개벽의 모심' 등 진지하게 김지하를 다시 보고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간곡한 마음으로 원고를 모았다.
김지하 시인은 50년 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고(이는 1974년 11월 18일 한국작가회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결성된 직접적인 계기가 됨)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수호 투쟁 속에 연재된 글 '고행... 1974'로 다시 감옥에 갇혀야 했던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2022년 김지하 시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는 이미 사람들에게 많이 잊혀져 있었고 그를 아는 사람 중에도 그의 '훼절'에 대한 불쾌한 감정으로 그 이름을 기억에서 떨쳐내려고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1970년대 이후 탁월한 문학적·예술적·미학적 성취를 이뤘고 백척간두의 정치 투쟁에 치열하게 임했다. 또한 누구보다도 앞서 생명운동을 주창한 생명사상가였다.
이런 김지하는 결코 폄훼돼서도 안 되고 잊혀서도 안 될 인물이라는 생각에 시인과 가까이 지내던 동료와 후배들이 뜻을 모아 이 책 <김지하를 다시 본다>를 출판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지하 시인은 이미 40여 년 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제반 상황들, 즉 생명 경시와 환경 파괴, 기후 위기와 전염병의 창궐, 핵전쟁 위기를 예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인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때에 생명사상이란 화두를 높이 든 생명사상가이자 생명운동가였다.
이런 김지하가 누구였는지 세상에 다시 간곡히 알려서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시인의 생명 세계관에 입각한 문명 전환의 길에 나서게 하는 데에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김지하시인추모문화제추진위원회는 설명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