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감액 예산안 야당 단독 처리 입장 변화 없어
박찬대 "비정상 운영되는 나라살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
국힘, 감액 예산안 철회 선행되지 않으면 추가 협상 없다는 입장 재확인
추경호 "민주당의 날치기 예산 횡포, 표리부동한 전형적인 이재명식 정치"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여야가 새해 예산안 처리와 감사원장 및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을 둘러싸고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예산안 본회의 상정을 보류했다.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돼 오는 4일 표결에 부쳐진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을 상대로 한 탄핵 추진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예산안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인 이날 처리가 불발된 것에 "매우 안타깝고 국민께 죄송스럽다"며 올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된 오는 10일까지 여야가 합의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감액 예산안을 야당 단독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협상 과정에 큰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 직전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상대를 향해 설전을 벌이며 전열을 정비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오늘은 헌법에서 정한 2025년 예산안 처리 시한이다. 우원식 국회의장께서 오늘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기한을 꼭 지키고자 했던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와 국민의힘이 민생예산 증액엔 관심이 없고 특활비 사수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데 협상 기한을 더 준들 뭐가 달라질까 의문이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민생예산, 미래를 준비하는 예산, 그리고 정책예산을 관철하기 위해서 정해진 기한 내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불요불급한 예산은 삭감하되 민생회복과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증액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민주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당과의 합의 불발로 그리고 기재부의 반대로 내년 예산에서 총수입 3000억원, 총지출 4조1000억원을 감액하게 됐다"고 했다.
국회가 감액 권한만 있고 증액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비정상으로 운영되고 있는 나라 살림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국회가 가진 권한으로 내린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이 감액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 비난했다. 애초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초부자 감세'를 위한 예산이자 민생과 경제, 미래 대비에는 관심이 없는 '민생포기, 미래포기' 예산이었다는 것.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검찰 등 권력기관의 쌈짓돈은 늘리고 민생사업 예산은 24조원이나 삭감한 특권 유지 예산안이었다"며 "우리가 감액한 예산은 대통령 비서실과 검찰 등 권력기관 특활비 전액과 과도하게 편성된 예비비 2조4000억원"이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날치기 예산 폭거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늘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는 사상 초유의 날치기 감액예산안이 상정되고 전무후무한 감사원장과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보고된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오늘은 국회 다수당의 이성 잃은 폭주가 민생과 민주주의를 파괴한 날로 헌정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제출한 감사원장과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에 예정대로 보고됐고 예산안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가 협상을 더 하라며 상정을 보류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다수의 위력을 앞세워 폭거로 강행한 정치 보복성 예산삭감으로 민생 고통과 치안 공백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재난·재해에 대한 적기 대응에 많은 어려움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날치기 예산 횡포로 인해 민생‧치안‧외교‧재해 대응 등에 문제가 발생 될 경우 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특히 겉으로는 예산증액을 포함한 협상을 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단독 삭감예산안을 기획해 날치기 통과시켜놓고 나서 역풍이 두려운지 뻔뻔하게도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협상할 수 있다고 하는 민주당 대표의 이중플레이는 정부 여당을 우롱하고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처사"라며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표리부동한 전형적인 이재명식 정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 민주당의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국회의 탄핵은 헌법상 권한이고 비정상을 바로잡는 수단이라며 표결 강행 입장에 변화가 없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검찰과 감사원 등이 집단반발하고 있는데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특권의식의 발로"라며 "입장 바꿔서 일반 공무원들이 집단행동, 정치행위를 했다면 검찰이나 감사원이 가만히 있었겠냐"고 목솔를 높였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집단행동과 정치행위에 대해서 좌시하지 않겠다"고 감사원과 검찰에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사원장 탄핵, 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에 대해 굉장히 엄중한 비상상황으로 규정해 대응하고 있다.
유상범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는 "어느 순간 탄핵은 민주당의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조자룡 헌 칼 쓰듯이 망나니 칼 휘두르듯이 아무 때나 휘두르는 하나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을 했다"고 지적했다.
유 간사는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탄핵 정치는 민주당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부의 기관이면 언제든지 탄핵을 해서 그 정부의 기능, 국정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하나의 공포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