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와 의대생이 의료 현장과 학교를 떠난 지 9개월째 되면서 내년 신규 의사와 전문의 배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의대 정원을 늘리려다 의사 수급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지만 정부의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계와 대화마저 쉽지 않는 등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따르면 '2025년도 제89회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 결과 347명이 응시해 226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76.7%로 전년도 95.5%보다 18.8%p(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최근 5년간 최저치로 2020년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한 의정 갈등 당시 진행된 2021년도 제85회 실기시험 합격률 86.3%보다 낮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의대 증원을 보류한다는 취지의 합의를 거쳐 이듬해(2022년도) 의사 국시 실기를 2차례 시행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합격률 추락 원인이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대생들의 휴학계 신청 움직임과 응시자 중 국시 N수생, 해외의대 출신 등의 비율이 높아진 영향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통상 해외의대 응시자들의 국시 합격률은 국내 의대 출신보다 저조한 편이다.
또 시험에 응시한 일부 학생들이 의정 갈등 사태로 실습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험 합격률이 떨어졌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시 실기시험 합격률 하락과 응시생 감소로 매년 3000여명 배출된 의사가 내년엔 10% 정도도 안 되는 300명 미만으로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의사 국시 실기시험은 3212명이 응시해 최종 3069명이 합격했다. 올해 응시생은 347명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여기에 이미 지난 6월 3000여명에 달한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이 국시 응시를 포기한 터라 내년도 신규 의사가 극히 적을 걸로 예견된 상태다.
의사 국시는 실기와 필기시험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실기시험에 이어 내년 1월 9~10일 필기시험을 치른 뒤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한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N수생과 해외의대 출신 응시자, 시험 대비 불충분 상황 총 3가지 요인이 반영됐다"며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 신규 의사 감소를 막기 위해 국시 일정 조정과 전공의 특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는 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의사 국시, 전공의 선발 시기도 유연하게 변동하겠다는 방침인데 당장 의대생의 학교 복귀 여부부터 불확실하다.
교육부가 대학들에 내년 1학기 복귀를 전제로 휴학을 승인하라고 했지만, 의대생들이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도 전공의의 복귀 설득과 함께 내년 3월 수련 특례도 검토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내년 3월 수련 특례 적용 여부 관련 국회 국정감사 질의에 대해 서면 답변서를 통해 "가장 중요한 건 전공의들의 수련 복귀 의사"라며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과 함께, 현재 사직 중인 전공의에 대한 수련 특례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월 수련에 복귀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2월 공백 전체와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동안의 공백 중 3개월을 면제하는 일종의 '수련 특례'(전공의 수련 특례 적용 기준안)를 제시했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