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수집 내역만 한글로 1160글자... 서비스 탈퇴 뒤에도 2년간 보관
황정아 의원 "개인정보 과도하게 수집하는 행태, 위법 소지 실태조사 필요"
SKT "개인정보 활용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식별할 수 없는 데이터 활용"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SK텔레콤이 통화 플랫폼인 'T전화'에 인공지능(AI) 기능을 더하면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화 요약 내용에 텍스트·음성·이미지·영상·문서·파일 등의 정보가 광범위하게 수집·저장·보관되나 보니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다른 사람들이 보더라도 이용자를 식별할 수 없는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황정아 의원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최근 AI 기능을 더해 선보인 '에이닷 전화'는 해당 통화 요약 내용은 물론 텍스트·음성·이미지·영상·문서·파일 등 이용자가 입력한 정보까지 수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닷 전화는 요약된 통화의 주요 내용과 일정을 상기시켜주는 등 상황에 맞는 AI 기능들을 추천해 실제 비서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통화 녹음은 물론 녹음된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AI가 핵심 내용을 정리해주는 통화 요약 기능도 제공한다.
SK텔레콤이 AI 기술 기반의 서비스 성능 향상을 위해 수집한다는 내역만 한글로 1160여 글자에 달한다는 게 황 의원의 지적이다.
세부적으로는 에이닷 전화 서비스에서 요약된 통화 내용, 에이닷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이용자가 입력한 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 문서, 파일, URL 등의 정보 외에도 콘텐츠의 미디어 이용 이력, 연락처와 통화 기록, 운세·증권 정보, 즐겨찾기 채널, 열람한 뉴스 채널, 구글 캘린더 등 외부 서비스의 로그인 토큰값 및 해당 서비스에서 입력한 일정 등까지 수집 대상으로 명시됐다.
특히 SK텔레콤은 해당 텍스트·음성 정보에 대해 2년간 저장·보관하겠다며 서비스를 탈퇴해도 즉각 정보가 삭제되는 게 아니라고 명시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 아니냐는 우려에 더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 3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가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외의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정보주체에게 재화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황정아 의원은 "구글과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서비스 이용을 핑계로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과징금을 처분받은 바 있어 서비스 탈퇴 이후까지 통화 내용 등을 저장해두겠다는 건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이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지도 의문이라 관계부처가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SK텔레콤은 이용자의 이용 동의를 받고 개인정보 같은 경우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데이터 형태로 가공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최대한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보더라도 이용자를 식별할 수 없는 데이터를 사용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에이닷 전화' 같은 경우 이용자의 사용 동의를 받고 거기에 맞춰서 저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며 "개인정보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당연히 식별할 수 없는 데이터를 활용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비스를 탈퇴해도 즉각 삭제되지 않고 텍스트·음성 정보를 2년간 저장·보관하겠다는 건 사생활 침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개인정보를 모두 삭제해서 식별 불가능한 상태로 저장해서 24개월 보관하는 것이고 전화와 통화하는 거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정보 부분은 저희도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써서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