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정부가 내년도 병사 급식단가를 1인당 1만 3000원(한 끼 4333원)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는 선진국 병사 급식단가를 밑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고등학생 급식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내년도 병사 급식단가를 1만 5000원으로 올려, 올해 기본급식 사업 예산보다 2862억 원 늘어난 2조 177억 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국방부는 2022년 7월 대비 올해 3월 식료품 물가가 상승(농·축·수산물 10.8%, 가공식품 8.0%)해 현 수준의 급식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특히, 군 급식은 농·수·축산민 보호를 위해 국내산 구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기본급식비 단가가 계속 동결될 경우 수입산 대비 고가인 국내산 식자재 조달이 곤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갈비, 삼겹살의 경우 수입산은 국내산 가격의 60% 수준이다.
국방부가 지난 2021~22년 대한영양사협회에 '군 급식비 적정 수준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 1인당 1만 5473원이 적정 급식비로 산출됐다.
그러나 기재부는 병 봉급 인상과 장병 비선호 식단 편성에 따른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단가) 증가를 이유로 국방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은 2018년 103억 원에서 2023년 195억 원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같은 기간 배출량이 9.8만톤에서 11.3만톤으로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평균 처리 단가가 64% 오른 게 영향을 줬다.
하지만 기본급식비 동결로 급식만족도 향상을 위한 장병 선호품목 확대와 뷔페식 등 민간위탁 급식의 추진이 제한되고 있다고 국방부는 토로한다.
장어와 소고기 등 선호품목과 닭다리 등 병사들이 선호하는 품목을 조달할 경우 단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장병 선호품목은 자율배식이 아닌 정량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종종 SNS상에서 공개되는 고단가 품목을 활용한 푸짐한 식단은 지역상생장병특식(한 끼 1만 3000원)을 활용한 예외적인 경우다.
결국 내년도 1인당 병사 급식단가(1만 3000원)는 미국(1만 5379원), 영국(9934원~1만 6185원) 등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게 될 전망이다. 한 끼 급식단가(4333원)로 보면 서울시 고등학교 무상급식 식재료비(6877원)의 63.0%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기재부는 병사들의 외식 기회를 제공해온 지역상생 장병특식을 기존 연 14회(1인당 1만 3000원)에서 4회로 줄이도록 했다. 병 봉급 인상으로 인해 병사의 외식·특식 기회가 확대된 상황에서 특식 제공의 필요성이 감소했다는 이유에서다.
설날과 추석, 국군의 날 등 연 3회 제공되는 3000원 상당의 경축일 간식은 지역상생 장병특식의 시행을 이유로 폐지하도록 했다.
정부의 예산안에 병사 급식단가 인상 등이 반영되진 않았지만, 향후 국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증액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국방부는 "최근 몇 년간 외식비와 식자재비 상승으로 외식, 시장 보기가 어렵다는 국민적 상황을 외면한 군 급식비 동결은 수용 불가"하다라며 "군복을 입은 장병의 명예와 자긍심을 고취하고, 2021년 급식 파동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예산 증액을 요청드린다"라고 했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