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임직원 최근 3년간 병가 악용사례 232건 확인... 감사원 감사 진행
한준호 "국정감사 통해 관련 사안 면밀히 검토, 재발방지대책 주문하겠다"
코레일, 논란 확산되자 뒤늦게 "공무원 수준 이상의 병가 기준 마련하겠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근태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임직원들은 병가를 내고 라식 수술을 하고 개인 일을 돌보는가 하면 심지어 해외여행까지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철도공사는 뒤늦게 공무원 수준 이상의 병가 관리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국토교통위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20일 한국철도공사에서 '최근 3년간(2022~2024년) 병가 사용 내역'을 자료를 제출받아 전수조사한 결과 철도공사 임직원들이 병가를 악용한 사례가 232건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병가 사유로 ▲시력교정술(라식, 라섹 등) 164건 ▲눈매교정술 17건 ▲가사 정리 50건 등이 명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유는 모두 병가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례로 '국가공무원 복무업무 편람' 203쪽 9번에 따르면 본인의 미용 또는 단순 시력 교정 목적으로 라식 수술을 받는 경우에는 병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가사와 관련된 사항 또한 병가의 적절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
철도공사의 경우 취업규칙 제 25조에 따라 업무상 이외의 '부상' 또는 '질병'으로 부여되는 휴가를 병가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더라도 시력 교정술 등은 병가로 허가를 받을 수 없다.
한국철도공사가 임직원 근태를 허술하게 관리감독해 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철도공사는 7일 이상 병가를 연속으로 사용할 경우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 에스알, 국가철도공단, JDC 등 다른 기관의 경우 연간 누계로 6일 초과 때 증빙서류(진단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철도공사의 임직원 근태관리 시스템이 다른 기관에 비해 훨씬 허술한 것이다.
지난 5월 철도공사는 일부 직원이 병가를 쓰고 해외여행을 다닌다는 제보를 계기로 허위 병가에 대한 자체감사를 진행했다. 관련 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도 오는 10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한국철도공사 임직원들의 '병가 악용' 벡태는 병가의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병가는 근로기준법상 별도로 보호·보장하는 규정이 없고 통상 사용자 쪽에서 자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준호 의원은 "한국철도공사는 허술한 관리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고 정신적·육체적 질병으로 인해 근로자가 정당하게 보호 받아야 하는 병가가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관련 사안을 면밀하게 검토해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주문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철도공사는 한준호 의원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공무원 수준 이상의 병가 관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단체협약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사의 병가 관리 기준이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 개정 사항이라는 것이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공사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하고 "단체협약 개정 전에도 병가 승인권자가 관리 감독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일부 직원의 병가 중 해외여행 사례에 대한 질문에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직접 답변을 피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