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우리를 태운 페리호는 쾌속으로 내달렸다.
동해의 푸른 섬, 울릉도. 중학 동창 셋이 2박 3일(2024.6.20-22) 일정으로 울릉도·독도 여행에 나섰다.
첫날 일정으로 우리는 도동을 출발해 사동-태하-현포-나리분지-삼선암-관음도-저동-도동에 이르는 64km 해안선을 따라 울릉도를 한 바퀴 도는 일주 관광을 즐겼다.
화산암의 오각형 섬 울릉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336호다. 곳곳이 국가지질공원이다.
울릉도 인구는 9070명, 하루 평균 2000명 안팎의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이번 여행 가이드를 맡은 운전기사가 소개했다.
5년 전 1.8km의 터널이 뚫리면서 울릉도 일주 여행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울릉도 유일의 평지인 나리분지에 이르는 길은 가파르고 거칠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비좁고 굴곡진 길을 에어컨을 끈 채 거칠게 숨을 헐떡거리며 오르내렸다.
그곳에도 보리가 누렇게 자라고 있는 광경이 신기했다.
나리분지에는 때마침 영화 촬영이 이뤄지고 있었고 우리는 삼나물과 부지깽이 나물을 안주삼아 시원한 씨껍데기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연노란색 낮달맞이꽃은 뜻밖의 즐거움이었다.
울릉도의 식물공원 예림원에는 온갖 종류의 수목과 꽃들이 자생하고 있었다.
천년기념물 52호 울릉 특산종 섬백리향과 붉은 수국이 눈길을 끌었다. 천년기념물 48호 울릉 향나무도 이채로웠다.
연꽃이 거기에 있었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이 또 붉은 자태를 뽐냈다. 주목을 지나치자 섬초롱이 우리를 반겼다.
북면에서 서면으로 넘어가는 열 두 굽이의 고갯길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울릉도의 '명동' 도동의 밤 풍경은 포근하고 살갑게 느껴졌다. 도동~저동 해안산책로 1.9km 울릉 해담길은 조명 불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신비로웠다.
이튿날(21일) 일정은 독도 방문으로 시작됐다.
100여 명을 태운 페리호가 오전 9시 55분 독도에 도착하자 독도 수비대원들이 일렬로 도열해 거수 경례로 우리를 맞이했다.
40일간 상주하며 독도를 수비하는 대원들에게 사람들은 저마다 위문품을 전달하며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전했다.
독도의 푸른 물결은 붉은 태양의 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고 그 위를 흰 갈매기떼가 날개짓을 하며 날아 올랐다.
사람들은 그곳이 우리땅임을 새삼 확인하려는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아이들은 껑충대며 좋아했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자부심이 선명하고 강렬하게 모두의 가슴에 새겨졌다.
20여 분간 머물다 우리가 자리를 뜨자 독도수비대원들은 다시 일렬로 줄지어 서서 거수 경례로 작별 인사를 했다.
오후에는 유람선을 타고 섬을 에워싸듯 빙 한 바퀴 돌며 울릉도의 진면목을 구경했다. 갈매기들이 쉴새 없이 지저귀며 떼를 지어 공중 비행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저녁이 되자 도동항에는 동해를 배경으로 둥근달이 두둥실 떠올랐다.
사람들은 그곳 소공원에서 인디 가수가 펼치는 버스킹을 즐기며 여름밤을 함께했다.
김광석의 '혼자 남은 밤'이 아름다운 기타 선율을 타고 흘렀다. 노래하는 가수의 맑고 깨끗한 음색과 서정적인 노랫말이 어우러져 도동항의 밤하늘에 눈물로 아롱졌다.
셋째 날(22일) 동이 트자 우리는 아침을 먹는둥마는둥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봉래폭포와 내수전전망대, 촛대바위를 트래킹으로 즐기는 것이 마지막 일정이었다.
3단 폭포인 봉래폭포는 총 낙차는 30m, 하루 유량은 300톤이라 소개되고 있었다.
내수전전망대 가는 길에 나는 쉼터 숙이네에 들렀다. 거기서 마신 호박식혜는 꿀맛이었다. 친구가 전망대에 올라 한 움큼 따다 준 산딸기 맛 또한 일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울릉도 원주민들이 가장 많이 산다는 저동마을 앞에 우뚝 서 있는 촛대바위에 들렀다. 촛대바위는 옛날 홀아버지와 함께 살던 어린 딸이 고기잡이를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다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2박 3일 일정이 이렇게 끝나자 울릉도에는 22일 오후 비가 내렸다.
- 2024년 6월 22일 오후 11시 40분(기사 작성)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