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11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하고,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순방은 야당의 탄핵·특검 공세에 맞서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내고, 한미동맹 수준을 공고히 하는 등 안보 이슈를 전면에 부각하는 행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위해 8일 출국한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2022년 5월 취임 후 18번째이며, 지난달 10~15일 중앙아시아 3국 국빈 방문 이후 한 달 만이다. 이번 순방에는 김 여사도 동행한다.
특히 이번 순방 기간 한미는 물론 나토와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과의 글로벌 공조를 통해 안보 이익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나토와 인태 지역 파트너국의 합동 참석 3년째를 맞이해 나토와 IP4 파트너 간 협력을 제도화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해서는 최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를 겨냥해 한미 동맹의 굳건한 결속을 다지는 메시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 스페인 마드리드, 지난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이어 올해 워싱턴까지 세 차례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한국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뿐 아니라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움직임 등 동북아의 경직된 안보 정세 속에서 국제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안보 행보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이 안보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국내 정치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거대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을 고리로 대여 공세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고, 여당 내에선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지난 총선 기간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받고도 무시했다는 논란을 두고 갈등이 계속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순방을 앞두고 김 여사가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문자 5건의 전문이 공개되는 등 대통령실로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전날(7일) 문자 논란이 불거진 후 첫 입장을 내고 "전대 과정에 일절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다"며 당무 불개입 원칙을 강조했다. 또 후보들을 향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도 당부했다.
이 와중에 야당은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에 관한 국정조사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22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채택한 민생회복지원금을 시작으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김 여사 특검법과 검사 탄핵안 처리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