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야당 양보로 의견 일치된 모수개혁 처리부터 먼저 하면 된다" 정부여당 압박
이재명 "지금 흘려보내는 1분 1초에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 여부가 달려 있다" 강조
국민의힘 "미래세대 명운이 걸린 문제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졸속처리는 폰지사기"
기초연금·공무원연금·퇴직연금 아우르는 구조개혁이 같이 이뤄져야 진정한 연금개혁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여야가 해병대원 특검법과 연금개혁을 둘러싸고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신경전을 이어가며 연일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보험료 13% 인상, 소득 대체율 44%'에 여야가 사실상 합의에 이름 만틈 모수개혁부터 서두르자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일단 중요하고 합의 가능한 안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모두를 한 번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는 것이 맞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미래세대에 명운이 걸린 연금개혁 문제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졸속 처리는 '폰지사기'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하며 구조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소득 대체율과 보험료율을 결정하는 모수개혁은 기금 고갈 시기를 몇 년 늦출 뿐인 반쪽짜리 개혁으로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 퇴직연금을 아우르는 구조개혁이 같이 이뤄져야 진정한 연금개혁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23일 KDI와 한국경제학회의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개정을 구연금과 신연금으로 이원화하는 구조개혁 없는 보험료율 인상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폰지사기와도 같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 임기 종료 이전에 적어도 두 가지 숙제만큼은 꼭 마쳐야 되겠다"며 우선 최대 민생 현안이자 국민 관심사인 국민연금 1차 개혁을 꼽았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의 여당 안을 수용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대로 개혁안을 좌초시키는 것보다는 반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낫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구조개혁을 이유로 22대 국회로 미루자는 정부여당을 향해 "왜 미뤄야 하느냐? 미루면 무슨 위원회 구성하고 뭐하고, 논의하고, 이러느라고 한 1년 갈 것이고 그러면 곧 지방선거고 그 다음이 대선인데 실제로 할 수 있겠냐"면서 "안 하자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양보로 의견이 일치된 모수 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처리부터 먼저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금 흘려보내는 1분 1초에 국민의 안정된 노후 보장과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 여부가 달려 있다"며 "여야가 당장 협의에 돌입해야 한다"고 정부여당을 재족했다.
이 대표는 "소득대체율 50%를 주장하는 시민사회가 민주당의 44% 안 수용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22대 국회에서 제2차 연금 개혁을 통해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득대체율을 상향하는 등의 문제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는 것이 맞다는 것.
이 대표는 "17년 만에 찾아온 국민연금 개혁의 골든 타임, 놓치지 않도록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 있는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5월 28일이 아니면 29일에 별도로 연금 개혁안 처리만을 위한 국회 본회의 개최도 무방하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은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민주당의 통 큰 양보마저 결국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구조 개혁도 함께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진행해 온 모든 노력을 무위로 돌리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자는 변명"이라며 "일단 모수 개혁부터 결단하고 더 어려운 구조 개혁 논의를 이어가자는 것마저 거부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뜻 아니겠냐"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여당은 포기했지만 민주당은 포기하지 않겠다. 21대 국회 내에 가능한 것은 미루지 말고 빠르게 개혁하고 22대 국회에서 해야 될 일은 22대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을 국민 합의 없이 졸속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당 공식회의에서 "연금개혁에 관하여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큰 두 축이 있는데'이것을 별개로 하자'라는 입장과 '이것을 별개로 했다가는 여러 가지 혼란만 가중되고 이것은 별개로 처리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고 했다.
황 위원장은 "우리 국민의힘은 한 번 결정하면 적어도 20년, 30년이 지속돼야 하는 개혁이기 때문에 모수개혁만으로 일단락을 짓고 다시 구조개혁을 한다면 서로 모순과 충돌이 생기고 또 세대 간의 갈등과 여러 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두 개혁을 한 뭉텅이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연금개혁안은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여야가 22대 국회에서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은 70년, 100년 뒤를 내다보고 우리 아이들과 청년 미래세대를 보면서 추진해야 할 역사적 과제"라며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면 거센 저항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다수당의 힘으로 이틀 남은 21대 국회에서 시간에 쫓겨 밀어붙이지 말고 이틀 뒤에 시작할 22대 국회에서 진짜 연금개혁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협조를 부탁했다.
민주당의 연금개혁 졸속 처리는 국민 상대로 폰지사기를 벌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왔다.
엄태영 비대위원은 "이재명 대표와 김진표 의장은 미래세대의 명운이 걸린 연금개혁 문제를 원포인트 본회의로 졸속처리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지난 정권에서 5년 내내 허송세월 보내며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다 날려버려 놓고 인제 와서 번갯불에 콩 볶듯이 처리하려는 것은 정략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엄 비대위원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을 44% 올리더라도 7~8년밖에 연장되지 않는다. 훨씬 더 개혁적이어야 한다. 더구나 연금개혁 관련 7가지 의제 중 한 가지에 불과한 보험료율, 소득대체율만 처리하는 것을 마치 근본개혁인 것처럼 둔갑시키고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연금고갈 및 불평등 격차 문제는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첨예하기 때문에 한 개의 통일안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아 국민적 합의와 토론, 타협이 필요하다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해 놓고 지금 국민적 합의도 없이 모수개혁만이라도 하자고 주장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쏘아붙였다.
엄 비대위원은 "이제 곧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최우선적으로 여야정 협의체와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청년과 미래세대를 포함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처리하면 되는 것"이라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연금개혁 졸속처리 주장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임기는 5월 29일까지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