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혁신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이 10일 민주당 탈당이냐, 잔류냐를 놓고 결국 분리됐다.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은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반면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에 그대로 남겠다고 밝혔다.

윤영찬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에 남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윤 의원은 "지금까지 함께해온 원칙과상식 동지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이라며 "(그러나) 민주당을 버리기에는 그 역사가, 김대중 노무현의 흔적이 너무 귀하다. 그 흔적을 지키고 더 선명하게 닦는 것이 제 소임이라 생각한다"고 민주당 잔류 배경을 말했다. 

이어 "선산을 지키는 굽은 나무처럼 비바람과 폭풍우를 견뎌내고 당을 기어이 재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 등 제3지대 신당 추진 세력과 관련해 "신당의 가치와 염원에 대해 동의하고 성공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은 예고한 대로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길을 열겠다"며 민주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세 의원은 왜 새로운 길을 가는가?

이들은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양심 때문"이라고 했다. 이 비정상 정치에 숨죽이며 그냥 끌려가는 건 더 이상 못하겠다고 했다.

또 민심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민주당 중 어느 쪽도 선택할 수가 없다는 민심이 1/3이 넘는데 여기에 응답하는 정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민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독선과 독주, 무능과 무책임을 심판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재명 체제로는 윤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 정권을 반대하는 민심이 60%지만 민주당을 향한 민심은 그 절반밖에 안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조응천 의원은 "우리는 방탄 정당, 패권 정당, 팬덤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거부당했다.3총리(이낙연·김부겸·정세균)께서 진심 어린 충고를 했지만 (이재명 대표는) 어떤 진정성 있는 반응도 없었다"며 지금의 민주당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얘기했다.

이원욱 의원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절망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내가 대통령 되는 것보다 다당제 민주주의로 가는 게 더 중요하다', 이 대표 본인이 한 말이다.
의원총회와 전당대회 결의까지 있었다. 이 약속을 선거 유불리를 이유로 뒤집는다면 정치적 신의는 바닥난 것"이라 지적했다. 민주당이 대국민 약속이자 당론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혼합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비판한 것.

이들은 "기득권 양당만으로는 누가 집권해도, 누가 다수파가 돼도, 독주와 묻지마 반대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새로운 정치세력 등장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현재와 같은 전체주의적 기득권 양당제로는 변화된 한국 사회와 시민 의식을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제는 다당제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

승자독식이 대한민국 정치가 실패한 이유라고 했다. 

승자독식 대통령, 승자독식 양당 국회, 승자독식 당대표, 독식과 독주의 정치가 일사불란하게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정치권 모습이 국민을 질식하게 하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이대로는 독주와 발목잡기의 악순환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승자독식은 문명의 규칙이 아니다. 정글의 규칙이다. 승자독식은 군주정, 독재정, 제국주의의 규칙이지 민주공화국의 규칙이 아니다. 승패에도 불구하고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화, 공존, 협력하는 게 문명이고 민주공화국"이라고 상기했다.

원칙과상식은 "방탄과 패권, 적대와 무능, 독식과 독주의 기득권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 이 적대와 대결의 승자독식 정치, 정글의 정치를 바꾸지 않고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누군가는 이 흐름을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로 가는 개혁대연합'을 제안했다.

"이제 승자독식, 각자도생의 낡은 뗏목을 버리고 분노의 돌멩이 내려놓고, 함께 사는 미래로 가야 합니다. 싸워서 이기는 정치에서, 세상을 바꾸는 정치로 가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 유능한 정치로 가야 합니다."

원칙과상식은 "이제 일사불란이 아니라 다원주의가 시대정신"이라며 "새로운 가치, 새로운 비전,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사회 계약을 써야 할 때라고 했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김대중의 DJP 연합과 국정농단을 심판했던 촛불혁명를 언급하며 세상을 바꾸려면 국민역량을 모아내는 국민통합 정치, 연대·연합정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원욱·조응천·김종민 의원은 세상을 바꾸는 정치로 가기 위한 개혁대연합, 미래대연합을 제안했다.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돼 있다면 모든 세력과 연대·연합할 것이라 했다. 정치개혁의 주체를 재구성하겠다는 의지다.

원칙과상식은 "뜻 맞는 모든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 미래를 위한 토론광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 시민들을 향해 "함께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원칙과상식은 당장 제3지대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제3지대 신당 추진 세력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양향자 국회의원, 금태섭 민주당 전 국회의원 등이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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