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이상 수의계약, 전체 금액 중 83%인 2341억원 차지
서삼석 의원 "수협, 조합원의 소중한 자금 투명하고 공정하게 써야"
[데일리중앙 김영민 기자] 수협중앙회가 내부 부서끼리 94억원 짜리 황당한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이 체결하는 계약이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투명성 있게 처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협중앙회의 계약 3건 중 2건이 경쟁도 없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해수위 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20일 수협에서 제출받은 '계약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6년 동안 체결한 전체 계약 3939건 중 2743건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10건 가운데 7건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연도별 수의계약은 해마다 증가 추세로 2022년의 경우 807억원으로 5년 전인 2018년 269억원에 비해 세 배 넘게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수의계약은 경쟁 원리가 배제돼 예산 낭비 소지가 있고 업체와 발주 기관 간의 유착 등으로 인한 특혜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수협의 수의계약 기준은 달랐다. 지난 2015년 정부는 수의계약 상한액을 2000만원으로 조정했지만 수협은 조정하지 않고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2배 이상 많은 5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수의계약을 남발할 수 있는 조건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수협의 5000만원 이상 계약 건은 전체 수의계약 2743건 중 489건에 불과했지만 금액은 수의계약 금액의 83%(2341억원)를 차지했다. 최대 206억원짜리 계약까지도 별도 경쟁없이 진행한 걸로 드러났다. 그야말로 제멋대로인 셈이다.
특히 특정 자회사와의 계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수협중앙회가 자회사와 체결한 수의계약은 모두 169건으로 금액만 903억원에 달했다. 자회사와의 수의계약 중 92%인 156건은 '수협개발'과 체결했지만 회원 조합과는 5건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체결한 수의계약 가운데 어업, 수산업과 관련된 분야는 789건으로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협중앙회가 같은 사업부 내 부서끼리 체결한 황당한 계약도 확인됐다.
지난 2021년 수협중앙회의 유통사업부 내 ‘ 군급식사업단 ’ 이 급식 납품을 위해 국방부와 MOU 를 체결한 후 같은 부서 내 ‘ 감천항 ’ 물류센터와 94 억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물품을 국방부에 전달했다 .
서삼석 의원실이 수협중앙회에 수협계약준칙에 따라 당사자 간 수의계약이 가능한 지 여부를 확인하자 "'계약준칙'은 계약을 체결하는 대상이 다를 때만 적용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답변하다가 거듭된 확인 요청에 수협중앙회는 "동일 법인 내에서의 계약은 당사자가 없어 계약이 아니다"라는 법률자문을 받은 뒤 수의계약이 아니라 부서 간 업무처리라고 번복했다.
계약서 작성까지 진행한 경위에 대해서는 부서 간 확실한 물품 납품을 위해 진행했다고 답변했다.
서삼석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 때 농협의 수의계약 실태를 지적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협마저도 수의계약을 남발하고 있어 큰 충격"이라며 "부서간 수의계약처럼 황당한 계약을 체결한 것도 중앙회의 관성적이고 부주의한 회계처리 행태에서 비롯한 것"이라 질타했다.
서 의원은 "수협회원과 조합원의 자금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쓰일 수 있도록 수의계약 비중을 낮추고 경쟁입찰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신속히 수협의 계약규정을 국가계약법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조정해 투명성제고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협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서삼석 의원의 수의계약 관련 규정을 국가계약법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조정하라는 요구에 따라 상한액을 기존 50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계약사무처리준칙'을 개정한 바 있다.
김영민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