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서울대교수는 최근 수년간 대한민국의 뉴스 중심에 섰던 분이다. 자녀의 입시 부정으로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교수가 구속 수감돼 있고 본인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자녀인 조 민씨는 부산대 의전원의 입학이 취소됐고 의사면허도 박탈 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조 전 교수 자신도 서울대에서 면직돼 조국 일가의 앞날은 현재로서는 비관적으로 보인다.
조 전 교수는 얼마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를 방문해 환담과 봉사로 하루를 보내고 서울로 올라 왔다. 그는 가지 않는 길을 가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마치 여론을 떠 보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의 양산 방문 이후로 정치권에서는 설왕설래의 논평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구체적으로 지역구까지 지정하며 출마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고 야당의 일부 인사들도 출마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국은 문재인 정권의 민정수석 비서관으로 문 대통령의 특별한 관심과 신임을 받은 사람이다. 그를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만 봐도 각별한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서 장관으로 확정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웅동학원의 비리와 펀드투자, 자녀의 입시 허위부정 건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장관 사퇴 압력을 받는 가운데에서도 문 대통령은 그의 사퇴를 미뤄 왔다. 그가 장관직에 물러났을 때도 그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조국 전 교수가 법무부 장관을 수락하지 않았으면 인사청문회도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자녀의 입시비리도 밝혀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부인도 구속될 일이 없었고 자신 또한 재판에 회부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조 전 교수 스스로도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장관직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조 전 교수의 이런 발언은 장관직 임명을 받아들인 것이 자신에게 가혹한 결과가 된 것에 대한 뼈 아픈 후회라고 보인다.
그가 민정수석으로 계속 근무했거나 장관이 아닌 다른 보직으로 갔더라면 그는 문재인 이후의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했을 지도 모른다. 역사에는 가정이 존재하지 않지만 지금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총장직을 물러나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돼 나타나게 되는 결과를 만든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 책임이 있다는 시중의 여론이 정확했을 수도 있다.
이제는 모든 과정이 엎어진 물이고 조 전 교수에 대한 미래는 그리 밝지 못하다. 개인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남아 있고 내년 총선 전에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미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을 가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가 출마를 하더라도 민주당 간판으로는 어려울 것이고 신당 창당은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신당에 입당하더라도 양당 구도에 적응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공천 문제가 붉어져 나올 것이고 역대 어느 선거보다 공천 파동이 심각할 것이다.
조국의 문제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 엄청난 영양을 주었고 지금 여당의 승리로 귀결됐다. 민주당 전 대표이고 전 법무부 장관이었던 추미애는 자신의 퇴임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고 자신이 물러난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손혜원 민주당 전 국회의원은 조국의 정치권 진입을 돕겠다고 말하며 추미애와 손을 잡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도 했다. 총선까지는 많은 시간이 있어 손혜원의 목적이 달성될지는 알 수 없으나 민주당은 피곤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조국의 활발한 활동이 나비효과를 발휘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추미애 전 장관, 손혜원 전 의원의 행보와 최근 귀국한 이낙연 전 대표, 민주당 구성원들의 차기 총선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궁극적으로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총선 때까지 건재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이병익 칼럼니스 elvis5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