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 중간선거에서 드러난 ESG에 대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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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 중간선거에서 드러난 ESG에 대한 도전
  • 지용승 교수
  • 승인 2022.11.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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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차기대선 주자' 부상한 론 디샌티스
월가와 의회, ESG 위협하는 시도 벌어질 듯
세계는 룰라 당선등 ESG 긍정적 기대 더 커
지승용 우석대 교수. copyright 데일리중앙
지용승 우석대 교수.
ⓒ 데일리중앙

최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양하고 새로운 개념 및 접근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기업의 사회적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기업 시민 등 'ESG(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경영, 투명 경영)' 가치 중심의 변화는 지나친 신자유주의 사상의 과속 질주로 벌어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2008년이후 ESG의 가시적 역할

이제 우리 사회와 기업들은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이윤 추구 활동 이외에 법과 윤리를 준수하고 민간과 공공에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적극 대응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책임있는 가치 경영을 요구받고 있다. 나아가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로 환경과 사회적 가치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연대하고 협력하는 구조로 투명 경영을 실천하는 다양한 조직들이 ESG 가치를 추구해가고 있음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우리 삶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인해 그 가치를 잘못 개념화하는 경향이 있어 우려도 된다.  

'보다 지속가능한 세계 경제'라는 개념은 부분적으로 기업의 ESG 운동을 통해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이 지속되는 동안에도 ESG 경영보고 및 투명성에 대한 법적 기준 마련은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여러 나라에서 당파성을 띈 국가 정책이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ESG의 역사를 볼 때 ESG 가치추구는 그렇게 뜨거운 정치적 주제가 아니었는데 최근 수 년 동안 많은 보수 정치인들은 ESG 이슈를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이용하고 있고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는 동기라는 전략적인 문제로 확대하고 있다.

미 중간선거 결과가 ESG에 미칠 영향

지난 11월 8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는 그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자칫 ESG 지지자들은 주(state) 정부 뿐만 아니라 연방의회와도 각축을 벌여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게 됐다.

미국에서 ESG를 가장 반대하는 움직임은 미국 주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화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20개 이상의 주정부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처럼 ESG에 중점을 둔 자산운용사를 주 정부 퇴직 계획의 자산관리위탁회사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때문에 하원을 탈환한 공화당이 상원의원 선거마저 승리를 거뒀다면 ESG 반대 움직임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했을 것이다. 민주당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그 가능성이 줄어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20개 주가 ESG에 대한 반발을 계속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나아가 이번 중간선거 이후에 보수적인 공화당은 ESG 논쟁을 미국 전역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20개 주중에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가 대표적으로 ESG 확산을 반대하는 주인데, 이번에 재선에 성공하며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ESG에 부정적이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8월 연금관련 결의안을 통과시킬 당시 "(블랙록 같은)기업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다양성, 포용성, 평등이라는 기치 아래 금융 투자 우선순위를 왜곡함으로써 미국인들에게 이념적 의제를 부과하는 데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비난하며 ESG 가치를 주 연금 투자기준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의 이런 움직임은 많은 ESG지지자들을 위축시켜온 게 사실이다. 지난 11월 2일 워싱턴포스트(WP) 기사에 따르면 공화당은 중간선거 이후 ESG 투자를 '시장의 암적 존재'로 여기고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켄터키 주 공화당 앤디 바(Andy Barr) 하원의원은 "ESG 투자는 '미국 자본시장의 암"이라면서, ESG는 미국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이 기후변화를 경제적 위험으로 취급하고 있는 뉴욕 월가의 금융투자회사들을 조사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하원을 탈환한 공화당은 기후변화를 억제하려는 노력으로 민주당 출신의 개리 젠슬러(Gary Gensler)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을 교체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대형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경고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 주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ESG를 우선시하는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오하이오주의 세로드 브라운(Sherrod Brown) 민주당 상원의원은 "뉴욕 월가가 유색인종 커뮤니티를 무시하고, 기후변화와 같은 장기적인 위험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노동자, 소규모 투자자,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공화당의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영국에서도 그런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다. 트러스(Truss) 전 총리 이후 신임 리시 수낙(Rishi Sunak) 총리가 등장하면서 화석연료 생산 확대로 기후변화 관련 정책들이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에 극우 총리가 탄생했고 프랑스와 스웨덴 역시 극우 정치세력이 약진하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심각한 에너지 문제와 인플레이션 상승 등이 극우 포퓰리즘 정치 세력들의 등장에 촉매제 역할하고 있다. 이는 또한 ESG확산에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신호들...결국 '우리의 노력'에

최근 몇 년 간 지구온난화가 최악의 예측을 초과할 가능성이 줄었다는 글로벌 전망 보고가 들어와 있다. 불가능해 보였던 기후변화 이슈에 긍정적인 발전들이 있다는 얘기다. 또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룰라 대통령의 승리, 우크라이나 전쟁중 재생에너지에 대한 유럽의 투자 확대 등이 그런 긍정적인 신호다. 특히 브라질의 만연한 삼림 벌채로 황폐해진 거대한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아마존 열대 우림을 보호하기 위한 ESG 운동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진화하는 공공의 가치와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행동주의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ESG는 사회적·환경적 목표를 두고 사람 중심과 자율경영, 그리고 '다 같이'라는 연대의 구호를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기반의 경영 방식이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함께의 가치를 심어 주고 절망에 빠진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전하고, 혁신을 통해 우리의 푸른 별을 지켜나가는 ESG는 행복한 오늘을 만드는 '사람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전세계적 에너지 위기와 경기침체 우려 등이 ESG 경영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그리고 미국 중간선거 이후 보수당의 ESG 반대 운동도 강화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번 미국 선거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ESG 정책 과정에서 시장에 민감한 이슈들이 배제되고 이를 정치적 아젠다로 프레임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ESG 가치와 성장은 결국 경영자, 투자자, 노동자, 소비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정치인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ESG 가치를 단순히 변화하는 시대상의 이데올로기로 여기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근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이 칼럼은 지용승 교수가 더칼럼니스트(www.thecolumnist.kr)에 게재 글이다.

지용승 교수. copyright 데일리중앙
지용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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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승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역사회 차원에서 사회적경제와 ESG가 어떻게 작동되며 지역발전에 기여하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우석대 교양학부 공공서비스트랙 교수로 재직하면서 석·박사 과정의 사회적경제와 ESG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지역이 묻고 사회적경제가 답하다'(좋은땅. 2021)가 있다. 최근 연구 'The Evaluation Model on an Application of SROI for Sustainable Social Enterprises'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지용승 교수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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