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민주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사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이재명 당대표, 친명(친이재명)계 최고위원 선출로 마무리될 공산이 큰 가운데 '586, 친문,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 주제 긴급토론회가 23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박용진 당대표 후보와 윤영찬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터져 나온 '나찌당' '1인정당' '이대로 가면 당이 망가질 것' 등의 표현이 현재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대변했다. 하나 같이 '이재명 사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다.

당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8.28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고, 최고위원 또한 친문계인 고민정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친명계의 독식이 예상되고 있다.

박용진 당대표 후보는 인사말에서 "내일 있는 중앙위원회에서 당원의 30%만 참여하고 그 중 30%가 찬성한다고 하면 당의 헌법이 바뀐다"고 변화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말했다. 

박 후보는 "그것은 우리 당원도 의원님들도 모르고 있던 이야기다. 이의가 있으면 반대토론을 해야 하고 토론과 설득이 있는 회의가 진행돼야 한다. 33년 전 노무현 의원이 삼당합당에 반대하며 '이의있습니다'라고 했던 말을 나와 최고위원 후보였던 윤영찬 의원이 하고 있다. 민주당이 위기였던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몇몇 의원들이 분연히 일어나 '이건 아닙니다'라고 얘기했던 것처럼 그런 의원님들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길을 정확히 따라가는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힘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 의원 대표로 축사에 나선 정태호 의원은 "28살 때 정당 활동을 시작한 이후 이렇게 당을 걱정해 본 적이 없다"며 현재 민주당 상황에 우려를 전했다. 

정 의원은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싸우기에도 급한데 당 내부의 문제가 너무 크다. 최고위원 예비후보가 총 17명이 나왔는데 그 중에 지방을 근거로 한 후보가 송갑석 후보 한 명뿐인 것도 우려스럽고 당대표 후보가 최고위원 후보들을 데리고 다니며 당을 분열시키는 것 또한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이재명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종민 의원은 "정당은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며 "그동안 우리의 신념을 설득하기 위해 국민이 싫어하는 일을 막무가내로 하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성찰했다. 

김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국민을 설득하고 문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당으로 발전해야 한다. 당내 민주적인 절차의 회복, 숙의와 토론의 문화 회복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논의 중인 권리당원 전원 투표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결정이되 좋은 결정이어야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이다"라며 "콜로세움에서 '저 사람 죽일까 살릴까' 결정하는 그리스 로마 시대가 아니고 현대 사회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대의원제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이재명 의원이) 권력을 독식하면 당은 망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의 낮은 호남 투표율은 민주당을 향한 민심의 바로미터"라며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압도적인 것 같지만 득표수로 보면 130만 권리당원 중 15%의 지지만 받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금 최고위원 당선권에 있는 후보들 중 고민정 후보만 빼고 나머지 모든 후보들이 이재명 후보를 추종하고 있으며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고 가정할 때 임명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까지를 포함하면 사실상 당권을 완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권력을 독식하면 당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김대중 대통령님의 정신과 포용을 생각하며 당을 개혁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윤영찬 의원은 '나찌당'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현재의 상황을 우려했다.

윤영찬 의원은 "어제 최고위원 후보에서 사퇴한 것은 포기가 아니라 절박한 심정으로 저 강고한 스크럼에 던지는 하나의 돌맹이"라며 사퇴 이유를 전했다.

윤 의원은"당내 민주주의가 위기를 넘어 표류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흐름을 막지 못 하면 당원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당원에게 전가하는 정치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라는 주장은 말은 참 좋다. 당원이 당의 주인이라는 것을 누가 부정하겠나. 그러나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된 이래 국가가 생기고 영토와 인구가 커지면서 대의민주주의가 뿌리내렸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인 민주주의 또한 대의 민주주의다. 직접민주주의는 대의제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지 완전히 대체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과거 독일에 '민족사회주의독일노동당'이라는 정당이 있었다. 그 당도 독일 국민들이 다수결로 선택했다. 그게 나찌당이다. 대중도 잘못 결정하고 잘못 투표할 수 있다.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민주주의 제도 안에 있다. 숙의 민주주의, 대의 민주주의로 그것은 보완하는 것이다. 어떤 정당이나 조직이나 정부도 모두 비판받고 견제받아야 한다. 그것이 열린 사회와 민주주의의 요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그런데도 우리 당은 점점 더 하나의 논리, 한 사람의 특정인을 위한 정당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권리당원 투표가 최고의결 기구가 된다면 그 결정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끝으로 "우리 당이 최근에 당원 청원을 만들었는데 저는 청와대에서 수석으로 국민청원을 만들고 직접 운영해 봤다. 청원의 철학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였다. 문제 제기를 듣고 답변을 하는 것이 청원의 1차 목표다. 무조건 다 이뤄준다는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도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다. 그런 식으로 운영하면 팬덤 정치에 의해 여론이 호도되고 악용될 소지가 더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공동주최자인 박용진 당대표 후보, 윤영찬 의원을 비롯해 발제를 맡은 이원욱 의원, 김종민 의원과 정태호·김철민·김영배·이병훈·양기대·양정숙 의원 등이 참석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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