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최근 심기가 편치 않을 것 같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의 진용이 거의 완성이 된 것 가운데 안철수 위원장의 영향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안철수 위원장에 대해서는 인수위원장 임명으로 더이상의 배려는 없다는 뜻으로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전에 안철수 위원장의 최측근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직을 사퇴했다. 일련의 흐름으로 보면 안철수 위원장과 국민의당의 불만이 고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안철수 위원장은 윤석열 당선인과 만찬 약속을 취소함으로써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의 시각에서 본다면 자신이 추천한 인사의 입각이 불발되고 이태규 인수위원이 사퇴하
는 과정에서 불쾌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인수위원직에 자신의 측근과 추천 인사를 상당수 배치했을 때는 불만이 없었는데 정부의 구성에서 소외되었다고 생각이 들었으니 자괴감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인재풀이 빈약하다는 말을 들어왔다. 쓸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쓸만한 인재가 국민의당에 입당하고 정치를 해왔던 사람이 없다는 것은 국민의당에 문
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인재를 지키고 키우지 못하는 것은 안철수의 책임이고 국민의당의 책임이라고 보인다.
보수 성향의 인재풀은 국민의힘이 갖고 있고 중도성향의 인사라도 국민의당보다는 세력이 모이는 국민의힘을 선호할 것이고 새로 영입되는 인사도 국민의힘을 통해서 정부직에 들어가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의당의 인물이 특별히 뛰어나지 않는다면 윤석열 정부가 발탁하기에는 국민의 눈치가 보였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국민의당은 안철수 위원장 이외에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 합당 절차를 진행하는 중인데 지방선거에 배려를 해주려고 해도 당선 가능한 인물이 없어 고민한다는 말이 있다. 국민의힘은 경선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경선을 통과할 후보가 국민의당에 없다는 것이다. 전략지구로 배려해 주지 않으면 국민의당은 후보를 거의 내지 못할 것이다.
합당이 될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국민의당 소속의 권은희 의원은 출당을 시켜달라고 했고 이태규 의원은 인수위원을 사퇴했고 안철수 위원장은 심기가 몹시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당이 불발되면 국민의당은 내홍이 예상되고 안철수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올 것으로 본다. 안철수 위원장은 인수위원장 역할에 충실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고 스스로 정치적 입지를 세워야 할 입장이다.
안철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개척자의 심정으로 정치적 위상을 세워야 한다. 지금까지 안철수 개인의 역량으로 당을 이끌어왔고 누구의 도움 없이도 정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앞으로는 인내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최진석 전 국민의당 상임 선대위원장과 측근인 이언주 전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안철수 위원장 주변에는 능력이 있거나 참신한 인물이 보이지 않으니 사람을 끌고 갈 생각은 접고 당당하게 나가기를 바란다. 안철수가 중심을 잡고 나갈 때 그를 믿고 따르는 세력들이 함께할 것으로 확신한다. 후보 단일화 직전까지 선대위에서 자리만 잡고 별로 하는 일도 없었으면서 안 위원장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까지 챙기고 갈 이유는 없다고 본다. 안철수 위원장이 국무총리나 장관직을 몇 석 가질 것이라고 믿고 그 아래서 자리를 얻어 보려고 여의도를 기웃거리던 정치 한량들의 실망감은 클 것 같다.
안철수는 이제 시험대에 들어섰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은 믿고 기대할 것이고 수틀렸다고 감정적으로 윤석열 정부에 등을 돌리면 안철수의 정치여정은 더 이상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한다. 안철수 위원장은 합당 후 국민의힘 지방선거 대책위원장을 수락하여 선거전에 다시 한번 나선다면 당원들의 신뢰를 얻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도 후보단일화 정신을 존중하고 안철수 위원장과 국민의 당을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병익 칼럼니스트 webmaster@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