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민주노동당 비대위 대표는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말해 탈당 등 자신의 거취문제와 관련해 궁금증을 낳았다.
다음은 심 대표와 기자들 간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당 대회 표결 결과를 예상했나.
"당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우리 대의원동지들이 당을 살려 국민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새롭게 태어나는 길을 선택해 주실 것으로 기대했었다."
-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말은 당 내에서 하겠다는 뜻인가.
"이후 진로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당의 혁신을 기대했던 당원동지들, 그리고 믿음직한 진보정당을 갈망하고 계시는 국민여러분들의 뜻을 헤아려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겠다."
-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고 말했는데...
"어제 당대회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러한 점은 당원뿐 아니라 국민들 모두도 함께 인식하고 계셨을 거라 생각한다. 제가 맡은 자리가 비대위 자리였다. 당이 비상한 국면에서 그 마지막 국면에 난파선을 건져내라는 소임이 제게 주어졌던 것인데, 그 소임이 어제 당대회에서 부정된 것이다."
-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향후 민주노동당의 지도체제는 어떻게 되나.
"물러가는 입장에서 이후 민주노동당 지도체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저희가 사임하면서 생기는 지도부 공백은 현재 당헌상으로 최고위원직을 유지하고 계신 분이 한 분 계시다. 천영세 의원단대표가 당연직 최고위원이시다. 그 분이 일정한 역할을 하셔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 향후 거취에 대해 말해달라.
"일단 설 기간 동안 충분히 고민을 해볼 생각이다."
- 지역구 출마까지 포함되는 건가.
"그것도 포함해서 고민을 한번 해보겠다."
- 탈당 여부까지 포함해서 거취를 고민하는 건가.
"민주노동당 관련해서는 어제 토론 과정에서 분명해지지 못한 몇 가지 점이 있다고 본다. 국보법 문제로 혁신안이 왜곡됐는데, 과연 북한과 음성적으로, 개별적으로 관계하는 것이 이 당에서 계속 용인돼야 한다는 뜻인지, 그 점에 대해서 자주파는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할 것이다."
- 노회찬 의원은 혁신안이 좌절되면 당을 떠나겠다고 했다. 혹시 의견을 나눴나.
"민주노동당은 지난 30여 년 간 노동운동을 포함한 사회운동의 결실로 출범한 정당이다. 또 지난 7년 동안 고혈이 베어 있는 당이다. 노회찬 의원도, 단병호 의원도 다른 의원도 아마 깊은 고뇌 속에서 자기 고민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고민들이 기초가 돼서 앞으로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 혁신안 만들 때 안에 포함됐는데 지난 4년간 활동을 종북주의로 규정하는 데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는데...
"민주노동당 7년 활동을 종북주의로 규정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한다. 편향적 친북행위가 연계된 몇몇 사건들에 대해, 당이 특히 다수파인 자주파가 당권을 쥠으로 해서 엄정하게 처리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 전체가 종북주의로 규정되고 매도되는 과정과 결과가 있었다. 이런 몇 가지 편향적 친북행위에 대해 재평가하고 책임을 물어 부정적 의미의 친북이미지와 단절하겠다는 것이 소신이었다."
- 친북·종북문제가 대선 패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대선 패배가 종북주의 때문이라는 그런 과도한 단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중심으로 한 슬로건이 당 내에서 소모적인 논란을 빚었고 그것이 언론에 부각되면서 민생정당으로서의 가치, 그리고 그 의지가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 당 밖의 대중단체와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배타적 지지단체에 당원들 많이 있다. 그 당원들도 당의 미래에 대해 저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고민들이 더 심화될 것으로 생각하고, 당과 대중조직 당원들과의 관계가 또 향후 진보정당과 대중조직의 관계가 올바른 관계정립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진보운동의 미래와 민주노동당의 미래는.
"우선, 진보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본다. 그간 민주노동당은 노동조합 운동과 통일운동을 기반으로 해서 출발했고, 과거 노동운동 통일운동의 인식과 경험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다음으로 진보정치의 주체혁신이 있어야 한다. 또 실천의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 생활 속에 푸른 진보를 실현하는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징적인 표현으로 '푸른 진보'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주체에서 영, 가치에서 그린, 실천에서 다이나믹이다. 진보는 역동적인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세 가지를 담는 개념으로 '푸른 진보'를 제기했던 것이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