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는 27일 아프간에서 입국하는 특별입국자 지원방안을 야외에서 브리핑하는 도중에 비가 내려 우산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직원인 듯한 분이 우산을 씌워주는데 무릎을 꿇고 팔을 뻗어 차관님이 비를 맞지 않게 10분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무릎을 꿇고 1분도 있기 힘든데 10분 동안 참고 우산을 받쳐 준 직원의 인내심도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차관님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전혀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일상적인 차관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부장 판사를 거치고 법무부 실장을 거치는 등 고위직 공무원으로 의전만 받다 보니 당연히 받는 의전으로 생각한 것은 아닙니까? 무릎을 꿇고 우산을 불편한 자세로 들고 있는 직원의 고충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 직원도 낮은 직급의 공무원은 아닐 것으로 보는데 그것을 지켜본 그 직원의 부모나 가족들은 어떤 기분이었는지 차관께서는 이해하실까요?
왕조시대에는 왕이 햇빛을 받거나 비를 피할 때 양산이나 우산을 펼쳐주는 내시부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에서도 이런 장면을 보지 못한 것 같은데 귀하는 왕도 아니고 대통령 의전을 받는 위치도 아닌데 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대통령도 이런 의전은 하지 못하도록 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충직한 직원이 스스로 알아서 했다고 하더라도 비난은 차관님께서 받는 것입니다. 법무부 대변인의 해명도 옳지 않습니다. “방송용 카메라가 있어서 눈에 띄지 않도록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하면서 지침에 따른 행동은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지침은 없더라도 그 자리에 있던 다른 고위 공무원들이 그렇게 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면 우산을 받친 직원이 스스로 했다는 말입니까?
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자 차관께서는 한발 늦게 사과를 하셨습니다. 사과문에 직원이 몸을 사리지 않고 전력을 다하는 숨은 노력을 미처 살피지 못했다고 하면서 이유 불문하고 사과한다고 하셨습니다. 누가 이 사과문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잘못되었습니다. 숨은 노력을 살피지 못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숨은 노력이 필요없어야 했습니다. 직원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어야 했습니다.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도록 거듭나겠다고 하셨습니다.
귀하는 법무부와 정부에 큰 부담을 주었습니다. 인권에 무지한 정부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결과가 되었습니다. 국민에게 고위직 공무원의 갑질이라고 믿게 만드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차관님께 충언드립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진심으로 느낀다면 사의를 표명하십시오. 그것이 법무부가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차관님 개인의 인품을 믿게 만드는 길입니다. 그것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사의가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사의표명이 진심으로 국민께 용서받는 길입니다. 정부는 사의를 수용하고 인권을 중시하는 정부의 이미지를 지켜주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일로 사직이 되면 앞으로 저는 강성국 차관님이 향후 어떤 일을 하든 성원하고 지지할 것입니다.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