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도입과 사회서비스 확대로 보편 복지국가 실현... 전 국민 85%가 순 수혜자
토지보유세, 탄소세, 시민소득세의 세제 개편 등을 통해 재정적 실현가능성 '충분'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17일 '한국사회전환,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을 내놓으며 기본소득 즉각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로드맵은 2023년 월 30만원의 부분 기본소득부터 시작해 2033년 91만원의 완전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최근 기본소득을 둘러싸고 재원 방안이 불투명하고 복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고려해 공유부를 통한 재원 마련 방안과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의 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대선을 7개월 앞둔 정치적 전환의 중요한 시기에 한국사회가 마주한 경제적 불평등, 생태적 위기, 젠더 불평등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낼 제도로서 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제안하는 기본소득 안은 공유부(공유자산)를 세금으로 걷어 모두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자연적 공유부인 토지에 대해서는 토지세를 부과하고 이를 토지배당으로 모두에게 분배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생태적 전환을 위해 긴요한 탄소세를 탄소배당과 연동해 기후 정의와 사회 정의를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내용이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제시한 기본소득 금액은 2023년 월 30만원의 부분 기본소득부터 2033년 월 91만원의 완전 기본소득 안이다. 도입시점을 2023년으로 설정한 이유는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 시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도입단계에서는 재정적 실현가능성과 충분하진 않아도 변화를 가져올 수준을 감안해 기본소득의 지급액을 월 30만원으로 정했다. 2033년에 설정된 월 91만원 기본소득은 중위소득의 50%(2021년 기준 중위소득 50%) 수준을 고려한 것이다. 중위소득의 50% 수준의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모든 사람들이 빈곤선 이상의 소득을 보장받게 된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공유부를 통한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했다. 공유부란 자연적으로 주어졌거나 사회가 생산한 부에서 성과의 원리에 따라 특정 주체에 배타적으로 귀속시킬 수 없는 몫으로 △자연적 공유부(토지, 생태환경, 자연자원 등) △인공적 공유부(지식, 빅데이터)로 구성된다.
시장소득에 포함된 공유부를 조세로 회수해 개별적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조건 없이 '기본소득'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소득세, 탄소세, 토지보유세 외에도 누진적 세재개혁안 국공유자산의 운용 수익,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금의 일부를 지분으로 받아 공유부펀드로 운용 등의 방안을 통해서도 기본소득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의 재원 방안을 종합하면 2023년에는 192조8000억원, 2033년에는 579조3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월 30만원, 91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웃도는 규모다.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 상임이사는 "이번 로드맵은 2009년에 설립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12년 간의 숙의와 공론을 총집결한 결과물"이라며 "향후 우리의 기본소득 로드맵을 알리고 지지를 모으기 위한 활동을 펼쳐서 현실 정치의 영역에서 기본소득을 실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맵 집필을 총괄한 서정희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군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는 모든 제안이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나와야 한다고 믿으며 우리의 제안이 이상주의적이고 조급하게 보인다면 그만큼 오늘날의 현실이 시급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기본소득의 정당성과 실현 가능성, 공유부를 통한 재원 마련 방안 등이 담긴 연구성과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와 부설연구소인 사단법인 기본소득연구소가 주최하는 '한국사회전환,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 발표회'를 통해 공개된다. 발표회는 8월 1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줌 화상회의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열린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