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선거, 박형준 후보 62.7% - 김영춘 후보 34.2%
민주당과 대통령에 실망한 2030 유권자 대거 투표장으로
사실상 국민의힘 승리라기보다 '문재인 정권 참패' 귀결
대선 앞두고 정치 격랑 예고... 정치권 지각 변동 불가피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7일 실시된 4.7재보선이 국민의힘 압승, 민주당 참패로 막을 내렸다.
오세훈 57.2% 대 박영선 39.2%, 박형준 62.7% 대 김영춘 34.2%.
내년 3월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치러진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크게 승리하면서 앞으로 정치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최종 투표율 58.2%를 기록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79만8788표를 얻어 190만7336표를 득표한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89만1452표(18%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최종 투표율 52.7%을 기록한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43만3441표(28.5%포인트) 차로 크게 눌렀다.
서울의 경우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오세훈 후보가 과반 득표로 박영선 후보를 압도했다. 특히 투표율이 높았던 강남구와 서초구에선 70% 넘는 몰표가 나왔고 송파와 용산에서도 오 후보의 득표율은 60%를 넘었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박영선 후보를 더 많이 택한 연령층은 40대 뿐 모든 연령층에서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가 50%를 웃돌았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20~30대 젊은 유권자들도 공정과 정의를 배반(?)한 여권에 등을 돌리면서 오 후보에게 표심이 쏠렸다.
성별로는 20대 이하 남성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 걸로 나타났다. 30 남성에서도 60%를 훨씬 웃도는 몰표가 오세훈 후보에게 쏟아졌다.
민주당은 서울 국회의원 49명 가운데 41명, 서울시의원 109명 가운데 101명, 서울 25개 구청장 중 24명을 가지고도 참패했다.
보병전으로 불리는 조직력으로는 정권을 심판하러 나온 유권자들의 성난 민심을 당해낼 수 없음을 이번 선거가 보여준 것이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 민심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조국 사태와 윤미향 사태, 박원순 성추행 사건 등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대응과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에 실망한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결국 국민의힘의 승리라기보다 '문재인 정권의 참패'로 여겨진다.
부산에서도 16개 자치구 모든 곳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상대를 큰 격차로 따돌리며 압승을 거뒀다. 역시 정권심판론이 표심에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11곳에서 승리했고 나머지 호남 4곳에서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경남 의령군과 함양군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기초단체장인 울산 남구청장과 경남 의령군수 선거에서도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모두 승리한 국민의힘은 환호했고 선거에 참패한 민주당은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성찰하고 혁신하겠다고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정권심판을 향한 국민의 분노와 민심이 폭발한 것"이라며 "국민 상식이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국민의 마음을 얻기에 저희가 크게 부족했다"고 패패를 인정했다.
오세훈 후보는 "산적한 과제들을 능수능란하게 빠른시일 내에 하나씩 해결해서 많은 서울시민 여러분들을 보듬으라는 그런 취지의 지상 명령으로 받들겠다. 뜨거운 가슴으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후보는 "천만시민의 새로운 봄을 정성껏 준비했지만 그 봄이 지고 말았다"며 "모두 감사하고 모두 잊지 않겠다"고 끝까지 성원해준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들의 마음도 제가 모두 받겠다"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대선을 11개월 앞두고 치러진 4.7재보선이 국민의힘 압승, 민주당 참패로 막을 내리면서 정치권에 격랑이 이는 등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8일 오전 국회에서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재보선 참패에 대한 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당대표 등 새 지도부를 뽑는 5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선거 참패에 따른 위기 돌파와 당 쇄신을 위해 비대위 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5월 전당대회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장 이낙연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4.7재보선을 통해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던 계획이 선거 참패에 따라 차질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낙연 전 대표를 대신할 젊은 실력자가 친문(친문재인) 대표주자로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586세대의 간판이자 대중적 카리스마를 지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선거 책임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재명 지사의 약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로선 친문 강성 지지층 안에 잠재된 정서적 거부감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오는 9월로 예정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일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여야 정치권이 민심의 폭발로 만들어진 정치적 격랑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