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사건의 충격적인 내용 일부가 13일 공개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피해자 입장을 전하고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피해자 변호를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공개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가해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일부 내용은 귀를 닫고 싶을 정도였다.

박원순 전 시장에게 지난 4년 간 성추행의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 A씨는 피해 발생 당시 및 7월 현재 공무원 신분이다.

A씨는 공무원으로 임용돼 서울시청이 아닌 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서울시청의 요청에 의해 시장실 면접을 보고 비서실 근무를 통보받아 4년 전부터 박 전 시장 비서로 근무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시장 비서직을 원하거나 지원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A씨에 대한 성추행은 비서직 수행하는 4년의 기간 및 다른 부서로 발령난 뒤에도 지속됐다고 한다.

범행 장소는 주로 시장 집무실과 시장 집무실 내 침실이었지만 늦은 밤 텔레그램 비밀 대화 요구와 음란 문자 및 사진 전송 등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일상으로 성추행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시장은 비서에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 둘이 셀카를 찍자'며 집무실에서 셀카 촬영 시 신체를적 밀착하는가 하면 피해자의 무릎 멍을 보고는 '호~ 해주겠다'며 피해자의 무릎에 입술 갖다 대기도 했다.

서울시장 집무실 내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적 접촉을 하기도 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박 전 시장은 또한 여비서와 은밀한 대화와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이용했다고 한다.

여비서 A씨를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초대해 음란한 문자나 속옷 차림의 사진 전송 등을 지속적으로 보내며 성적으로 괴롭혔다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피해자 A씨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일 대신 읽은 글에서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다"고 말했다.

서울시 내부에 성추행 피해를 진정하고 도움을 호소했으나 그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A씨가 서울시에 피해를 진정하면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를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으로 일컫거나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의 반응이 이어져 더 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부서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고 한다. 

A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 용서하고 싶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며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이 그냥 덮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본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이 사건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이고 오늘 이 자리는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의 목소리가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마련된 자리"라며 "죽음으로 사건이 무마되거나 피해 사실에 대한 말하기가 금지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본 사건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전형적 직장내 성추행 사건임에도 피고소인이 망인이 돼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고소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그러나 이 사건은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여성단체들은 또한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께 피해자 A씨가 변호인을 통해 서울경찰청에 고소를 했는데 고소 당일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돼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주장했다. 결국 피고소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사건 진실을 위해 서울시가 입장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또 경찰이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가 성추행으로 입은 상처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안전하게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피해자 비난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회복의 첫걸음"이라 강조했다.

여성단체들은 "서울시는 본 사건의 피해자가 성추행을 피해를 입었던 직장이다. 규정에 의해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경찰에서는 고소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은 현재까지의 조사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두 여성단체는 "피해자가 원하는 바대로 사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겠다"며 "서울시와 정부, 정당, 국회 등이 제대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단체, 시민 등과 함께 힘을 합쳐 행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다음주 추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의 제대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석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