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전무한 83개 임대아파트 단지에 전기차 126대 등록돼
변창흠 LH 사장 "앞으로 충전시설 구축할때 면밀히 살피겠다"
[데일리중앙 김용숙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임대아파트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중 77%에 해당하는 280기의 충전기가 방치된 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차가 한 대도 없는 임대 단지에는 충전기를 설치하고 반대로 전기차가 있는 단지엔 충전기가 한 대도 설치하지 않아 기준이 뭐냐는 지적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21일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130개 LH임대아파트 단지 중 34개 단지 89대 전기차만 혜택을 받고 나머지 96개 단지에는 전기차가 한 대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96개 단지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20기와 완속충전기 260기는 무용지물이다.
LH는 2017년부터 한국환경공단 및 한국전력과 MOU를 맺고 20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LH임대아파트 130개 임대아파트 단지에 급속충전기 34기, 완속충전기 331기를 설치했다. 전체 LH임대아파트 가운데 전기차가 등록된 단지는 117개로 총 215대의 전기차가 등록돼 있다.
LH임대아파트 중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가장 많은 곳은 11기의 완속충전기가 설치된 양산 평산 임대아파트다. 그러나 이곳에는 전기차를 소유한 입주자는 하나도 없다.
반대로 전기차 126대가 등록된 임대아파트 83단지는 충전 인프라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용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종합 국감에서 "전기차 사용자가 전혀 없는 곳에 충전시설이 집중되어 있고 정작 필요한 아파트 단지엔 시설이 전무한 이런 상황은 코미디나 다름없다"면서 "누가, 어디에서, 얼마나 전기차를 사용하는지 조차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저소득층에게 전기차를 보급하겠다고 충전시설만 설치해 놓은 LH의 행태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을 보여준 것"이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방치된 충전시설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등의 적절한 사용방법을 강구하고 추후에 더는 이런 일이 없도록 수요조사 및 지도․감독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LH공사 변창흠 사장은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충전시설을 구축할 때는 더욱 면밀히 살피겠다"고 답변했다.
또 LH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LH임대아파트 전기차 충전기 설치는 입주민들의 전기차 유무를 조사해서 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기준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용숙 기자 news7703@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