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친 노무현) 의원으로 활동해 온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11일 무소속 이회창 대통령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로 이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출마한 후보 가운데 순수성과 정직성, 도덕성, 그리고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분이 누구냐를 분석한 결과 이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이회창 후보 중앙선대위 상임고문 겸 부산·울산·경남 등 경남권 선대위원장을 맡아 이 후보의 선거를 도울 예정이다. 경남도지사를 네 차례나 역임한 김 전 의원의 영입으로 이 후보는 영남지역 지지세 확산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무실에 얼굴 내미는 선거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장 내일부터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발로 뛰며 표를 모으는데 애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1971년 미국에 있으면서 닉슨 대통령이 워트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을 받고 물러나는 것을 봤다. 닉슨은 워트게이트 사건 자체 때문이 아니라 도청에 대해 끝까지 부인하고 거짓말을 해서 국민들로부터 탄핵받았다"며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거짓말해서 되겠느냐"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우회 비판했다.
그는 '탈당 전에는 친노 의원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2년 반 남은 도지사를 내던지고 엄청난 저항과 비난 속에서 개혁을 지향하는 참여정부에 참여했지만 조금도 득본 일이 없다"며 "(참여정부에) 서운한 감정이 있다는 것 말씀드리고 친노냐 아니냐를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답했다.
김 전 의원은 신한국당·한나라당 소속으로 3회 연속 민선 경남도지사를 지내다 2004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 뒤 당 최고위원을 지내며 잠재적인 대선 주자로 꼽혀왔으나 지난 8월 대통합민주신당 합류를 거부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한나라당은 김 전 의원의 이회창 후보 선대위 합류에 대해 "배신자에게는 미래가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광윤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미리 논평을 내어 "한나라당 공천으로 세 번이나 경남도지사를 지내는 등 한나라당으로부터 커다란 은혜를 입은 그가 2004년 총선을 앞두고는 대권에 도전해 보겠다는 계산으로 열린우리당으로 가버렸다. 그런 그가 오늘 다시 배신자들의 합숙소로 들어갔다"고 맹비난했다.
정 부대변인은 "똑같이 한나라당을 배신한 두 사람이 어떤 합작품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대선 참패 후 '국민배신당'을 통해 재기를 꾀하겠지만, 두 사람을 정치권으로 이끈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처럼 '배신자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