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지 <시사IN>은 4일 김경준씨가 검찰 수사를 받던 지난달 23일 검찰청 조사실에서 장모(이보라씨의 어머니)에게 써준 메모지를 단독으로 입수해 이날 공개했다.
이 메모지에는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주면 검찰이 형량을 낮춰주겠다는 제안을 김씨를 상대로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금 한국 검찰청이 이명박을 많이 무서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내가 제출한 서류 가지고는 이명박을 소환 안 하려고 해요.그런데 저에게 이명박 쪽이 풀리게 하면 3년으로 맞춰주겠대요. 그렇지 않으면 7~10년. 그리고 지금 누나랑 보라에게 계속 고소가 들어와요. 그런데 그것도 다 없애고.저 다스와는 무혐의로 처리해준대. 그리고 아무 추가 혐의는 안 받는데. 미국 민사소송에 문제없게 해주겠대."
<시사IN>은 김경준씨가 서툰 한글로 메모지에 이렇게 적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5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메모지 아래 켠에는 김경준씨의 장모가 쓴 것으로 보이는 "내 생각에는 3년이 낫지 않을까?"라는 대목도 들어 있다. 당시 두 사람은 이 메모지로 필담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는 "검사들은 '이명박씨가 어차피 대통령이 될 사람이어서 수사가 안 되니 기소할 수 없다'고 동생을 설득했다"며 "동생이 수사에 협조할 경우 '3년을 구형해 집행유예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동생이 진술을 번복하도록 했다"고 <시사IN>에 주장했다.
이 때문에 수사 방향이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검찰은) 이명박이 빠져나가도록 진술을 번복하지 않으면 검찰이 중형을 구형하겠다고 (경준이를) 협박해 왔다"고 밝혔다.
에리카 김씨는 "검찰이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구체적인 증거와 자료를 가지고 다 밝히겠다"며 현지 시각으로 5일 오전 11시(한국시간 6일 오전 4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프라자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김경준씨의 메모지가 공개되자 대통합민주신당 등 정치권은 일제히 검찰의 수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현미 통합신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김경준씨의 메모가 사실이라면 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위해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수사 과정에서부터 피의자 이명박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은 수사 결과 자체를 신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내일 검찰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합신당은 <시사IN> 보도 직후 긴급 선거대책위원회의를 소집해 이 시간 현재 서울중앙지검 항의 방문 등 앞으로의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검찰 항의 방문 시 김경준씨와의 면회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창조한국당 김갑수 대변인도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후보가 10년 전, 아니 70년대 개발독재 시대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에 검찰이 발맞추며 5공 이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국민을 우습게 보다가는 내일 발표 이후 엄청난 국민저항운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선대위 대변인은 "만약 검찰의 이런 뒷거래 의혹이 사실이고, 내일 수사 결과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나온다면 세상은 발칵 뒤집힐 것"이라며 "검찰은 정치검찰, 부패검찰의 꼬리표를 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해일처럼 밀려오는 국민의 분노에 떠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