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세금으로 취득한 출자회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2조2000억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공중으로 사라졌다는 지적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당 조정식 의원(시흥을)은 16일 "수출입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출입은행이 그동안 국민의 세금으로 취득한 출자회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2조2316억원이 증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이 관리하는 총 79곳의 출자회사 중 수은 자체 판단에 의해 출자·투자한 회사인 △여신성 출자(16곳)와 △대출금 출자전환(47곳) 기업의 당초 취득가(2조3958억원) 대비 현재 장부가(1642억원)의 차이가 2조2316억원(93.1% 손실)에 이른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무려 2조200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수출입은행의 안일한 출자회사 관리로 인해 공중으로 증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요청에 따른 중구난방식 원칙없는 투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출입은행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그대로 편승해 이명박 정부~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13곳의 투자회사 펀드에 총 1162억원을 투자했으나 손실만 기록했다는 것이다.
출자 당시 수출입은행이 1162억원에 취득한 지분의 현재가치(장부가액)는 916억원으로 모두 246억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 하나로 투자를 강요한 자원펀드 1,2호의 경우 3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해 가장 손실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3개 투자회사 펀드의 최근 3년 간(2015~20‵17년) 영업적자만 1292억원에 달하며 영업이익이 발생한 펀드는 4개에 불과하다.
여신성 출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여신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출자한 13건의 여신출자 중 여신위 회의를 거치지 않고 서면으로 의결한 경우가 6건이나 된다.
이처럼 서면으로 의결한 6건 펀드의 최근 3년 간 영업이익 적자는 10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정식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국민의 세금으로 수출입 기업을 지원하는 수출입은행은 철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출자회사를 관리했어야 함에도 부실을 넘어선 재난 수준의 관리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조200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공중에 분해됐지만 그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도덕적 해이의 끝을 보여 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조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 촉진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취득한 출자회사에 대한 철저한 관리 계획을 세워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쪽은 출자회사의 범위가 너무 폭넓게 정리됐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여신을 하다 보면 어떤 회사이든 부실화가 된다. 구조조정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미 부실화된 것을 출자전환한 것이지 출자전환했다가 부실화된 것이 아니다. 그런 여신들이 많이 포함돼서 (손실)금액이 크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출자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일부 출자회사 관리를 한다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어떤 펀드라든지 이런데서 정책적 측면에서 필요할 경우 출자해 달라고 할 때 또는 정부에서 출자를 해주면서 주식을 줬을 때 그런 경우에 출자회사로 관리되는 데 그런 부분은 상당히 적다. 굉장히 많은 부분은 구조조정하면서 발생한 부실화된 여신을 출자로 전환해서 그것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