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임직원들이 2016~2017년 2년에 걸쳐 4억원에 가까운 공단 예산을 유용해 특정 업체의 의류와 가방을 지속 구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허위 품의서를 만들어 조성한 불법 예산이었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교직원 연금을 관리해야 할 사람들이 예산을 임의로 유용하는 불법까지 서슴지 않은 것이다.
올해 초 교육부 감사 지적과 함께 논란이 잇따르자 사학연금은 이달 초 국정감사를 앞두고 유용한 예산을 전액 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교육위 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12일 교육부에서 받은 '사학연금 종합감사 결과 및 처분내용' 자료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2016~2017년 임직원 의류비 지원을 위해 허위 품의로 3억9900만원의 자금을 조성했다.
4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눈먼 돈으로 만들기 위해 사학연금은 모두 86개의 품의서를 허위로 만들었다. 교육훈련, 세미나, 워크숍 등의 명목으로 200만~500만원대 예산을 요구한 뒤 이를 사전 협의된 의류업체에 송금해 전 직원이 1인당 구매한도 안에서 의류나 가방 구매에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감사 결과 사학연금 모든 임직원들이 2016년 75만원, 2017년 100만원씩 1인당 총 175만원의 의류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러한 불법을 감사해야 할 상임감사마저 자신의 의류 등을 구매하는 등 적극 동참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상임감사는 결국 지난 2월 업무 책임과 건강상 이유로 사임했다.
또한 이번 교육부 감사로 사무직 1급 1명이 정직 처분을 받고 9명이 견책 등 경징계를 받았다. 경고나 주의를 받은 이는 87명이나 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 사학연금에 대한 감사를 한 뒤 전 직원들에게 지원한 의류비 3억9900만원 전액을 회수하라고 올 연초 지시했다.
지난 10월 1일까지 5명으로부터 875만원만 회수했던 사학연금은 국정감사를 나흘 앞둔 지난 8일 전액을 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사학연금 국정감사에서 "공적연금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이 허위 품의서까지 만들어 예산을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하며 엄중 문책했다.
이에 이중흔 이사장은 "명백하게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앞으로는 연금을 투명하게 관리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사학연금 쪽은 전 직원이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전 직원이 결의했다고 전했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교육부의 감사 지적을 받은 뒤 징계와 환수까지 해서 납부를 완료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절대로 없도록 전 직원이 반성하고 결의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예산 집행을 환수하는 데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냐'는 지적에 "절차를 거쳐서 모든 직원이 동참하고 돈으로 전액 환수하느나 시간이 좀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거듭 국민께 죄송하다고 전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