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잦은 설계 변경으로 최근 5년 간 6521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건설사들의 배를 불리고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져 입주자들에겐 부담으로 돌아가게 돼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 민주당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은 11일 "LH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LH에서 발주한 100억원 이상 대형공사 총 459건에서 1530회의 설계변경(평균 3.3회)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459건의 공사에 대한 최초 계약금액은 16조8469억원이었으나 설계 변경으로 6521억원, 물가 변동으로 1704억원이 증가해 조정 후 계약금액은 17조6694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애초 대비 총 8225억원 증가한 것이다.
설계 변경 사유로는 현장여건 변화 등이 4458억원(68.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위계획 및 기준변경 1312억원(20.1%), 지자체 요구사항 반영 등이 1291억원(19.8%), 입주자요구 민원 및 분양촉진 535억원(8.2%) 순으로 변경 금액이 늘어났다.
최근 5년 간 설계 변경을 통한 공사비 인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건설사는 경남기업㈜. 이 건설사는 '청라5구역 및 남청라JCT구간 매립폐기물 정비공사' 등 6개 공사에서 총 26회의 설계 변경을 통해 679억원(16.6% 증가)의 공사비가 증가했다.
다음으로 계룡건설산업㈜는 '위례지구 911사업 시설공사' 등 8개 공사에서 24회의 설계 변경을 통해 365억원이 늘어났다.
이어 금호산업㈜ 237억원 증가(설계변경 19회, 5.3%↑), 청도건설㈜ 187억원(설계변경 16회, 27.8%↑), 강산건설㈜ 183억원(설계변경 10회, 11.9%↑) 순으로 집계됐다.
황희 의원은 "LH에서 밝힌 공식적인 설계변경 원인보다는 최저가낙찰을 통해 일단 공사를 수주한 후 설계변경을 통해 수익을 보완하는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LH도 건설사가 요청할 경우 엄격한 심사 없이 설계변경을 용인하는 관행도 문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잦은 설계변경은 국민의 혈세로 건설사 배불리는 수단에 불과하고 결국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져 입주자들이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면서 "설계변경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과 투명하고 합리적인 설계변경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H공사 쪽은 설계 변경 요건을 강화하고 엄격히 하겠다고 밝혔다.
LH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현장의 필요에 의해 설계 변경이 이뤄진다"며 "새로운 공법을 적용하거나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거나 이럴 경우 시공사에서 요청하면 별도의 설계변경심의위를 거쳐 변경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계 변경이 너무 잦다고 지적하자 "앞으로 설계 변경 요건을 더욱 엄격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