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제2의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발행 추정액이 2016년 기준 11조3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6년 한국은행 화폐 제조액 20조원의 절반 이상(56.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처럼 상품권의 발행·유통을 직접적으로 관리·규제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기재위 민주당 심기준 의원실은 17일 "국세청 인지세 수입, 기획재정부 전자수입인지, 한국조폐공사 전통 상품권 발행 현황,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2016년 기준, 지류 상품권, 모바일 상품권, 전자형 상품권 등 추정 가능한 상품권 발행액만 11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파악이 어려운 기타 상품권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품권은 크게 지류 상품권과 그 외의 신유형 상품권(모바일 상품권, 전자형 상품권, 온라인 상품권)으로 나뉜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된 뒤 상품권의 발행·유통·관리를 직접 규제하는 법
안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상품권 표준약관' 등 10여 개의 관련 지침이 간접적으로만 상품권의 발행·유통에 대해 적용되고 있다.
상품권에 대한 직접적 규제 법안 없이 인지세만 납부하면 누구나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상품권의 발행·유통·회수의 모든 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피해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연평균 2000여 건의 상품권 관련 피해 상담이 접수되지만 실제 피해 구제로 이어지는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이는 상품권 관련 지침 대부분이 발행권자의 자율에 맡기거나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
정확한 발행 규모 추정이 어렵고 유통 과정도 불투명한 상품권은 지하경제의 확대를 통해 경제구조 자체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상품권 환전소에서 특별한 신분 확인 절차 없이 누구나 쉽게 상품권을 현금화할 수 있다. 더욱이 소규모 환전소는 대부분 '무허가'이기에 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심기준 의원은 "일본,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상품권 관련 규제근거 법률을 제정해 상품권 발행·유통, 유효기간, 환급, 정보제공 등의 내용을 규정하며 상품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한국도 과거 폐지된 '상품권법'처럼 상품권의 발행·유통을 직접적으로 관리·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상품권은 신유형 상품권의 인지세 비과세, 10만원 이상 고액 상품권에 대한 세액구간 미분류 등에 의해 정확한 발행량을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기획재정부는 신유형 상품권에 대한 인지세 과세 근거를 마련하고 고액 상품권에 대한 인지세 과세 구간 분류를 통해 정확한 상품권 발행량을 파악하고 건전한 상품권 유통시장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송정은 기자 beatriceeuni@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