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국무총리의 임명권한을 국회에 넘기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통치 실패로 국정은 흔들리고 국민의 저항감이 커져서 정상적인 대통령의 업무수행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정치권과 국민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여, 야가 합의해서 국무총리를 제안하면 대통령은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국무총리의 추천권을 야당에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야당인사를 국무총리에 임명하는 것은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성향의 국무총리는 내각을 구성하게 될 때 야당일색으로 내각을 구성하지는 못할 것이며 여당인사도 끼워 넣을 가능성이 있다. 내각이 결국은 진영논리를 대변하는 내각으로 진용이 짜일 것이며 내각은 정치적인 이유로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것이 이른바 거국내각이라는 것이 정치권에서는 여, 야의 타협으로 각료를 분배하는 내각을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진정한 거국내각은 정치와 상관이 없는 정치적 중립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타협을 하여 총리가 각료분배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새누리당 정부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과 공동정부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거국내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 정부가 될 것인가를 우려하는 것이다. 정무적 감각과 관리형 능력을 갖춘 중립형 인사가 국무총리가 되어서 정치권과 거리가 먼 전문가들을 내각에 배치하는 모습이 진정한 거국내각이라고 본다. 차기 대선까지 1년여를 잘 관리해서 차기정부에 넘겨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바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현행 대통령제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차기정권이 또 5년 단임 대통령제로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므로 거국내각은 헌법개정을 통해서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헌법개정은 국회의 몫이므로 정치권을 잘 뒷받침할 수 있는 튼튼한 중립내각이어야 하는 것이다. 국무총리가 정치적인 편향성을 보인다면 국민들의 눈총을 받게 됨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반발하게 될 것이다. 현행헌법과는 괴리가 있지만 기왕지사 대통령의 결단으로 거국내각이 구성되는 것이니 대통령은 통치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로서의 자격은 임기동안 보장 되어야 할 것이며 내치만 국무총리에게 이양하는 형식을 갖추면 될 것으로 본다. 야당은 더 이상 국정의 공백상황을 방치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통령의 실정으로 반사이익은 충분히 받았으니 이제 진정으로 국가를 위하는 길로 나서야 한다. 정부여당의 실정은 고스란히 야당의 지지로 돌아선 듯하다. 이럴 때에 야당은 겸손한 자세로 나서야 한다.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탄핵을 한다고 해도 시간도 많이 걸리고 탄핵이 실현될 가능성도 없다. 대통령의 지위는 인정하고 거국중립내각에 맞는 총리를 추천하여 국정공백을 빨리 해소하는 것이 차기집권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차기총리는 정국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정치력과 추진력이 있어야 하고 여, 야를 균형있게 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1년여의 국무총리는 영광스런 자리는 아닐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본다. 여, 야의 양쪽 눈치를 다 봐야 하는 불편한 자리일 수 있다. 그러나 무난하게 총리직을 수행한다면 권력구조 개편 후에 국민의 부름을 받을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위기관리능력이 인정되면 분권형 권력구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총리추천을 위한 3당의 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총리추천을 사양한다고 볼 때 더민주당의 추천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색이 옅은 총리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정치인을 선택한다면 경륜을 갖추고 대북상황 인식이 올바른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손학규. 김종인 카드는 매우 유용하다고 본다. 현재 총리내정자인 김병준 교수도 훌륭한 카드임에 틀림없지만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거부할 가능성이 있고 거론되는 다른 후보도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를 고려해서 비토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의 개인적인 호, 불호를 가려서 총리후보를 내세우려고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